[대구/경북]잘나가는 대구의료원, 몸살 앓는 경북대병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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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가 가른 두 공공의료기관의 ‘희비’

대구의료원 난치성 신경질환 치유센터에서 환자가 운동치료를 받고 있다. 이 병원은 노사 화합을 바탕으로 의료 기반을 잇따라 확충하고 있다. 대구의료원 제공
대구의료원 난치성 신경질환 치유센터에서 환자가 운동치료를 받고 있다. 이 병원은 노사 화합을 바탕으로 의료 기반을 잇따라 확충하고 있다. 대구의료원 제공
공공의료기관인 대구의료원과 경북대병원의 노사 관계가 대조를 보이고 있다. 대구의료원은 노사 화합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반면 경북대병원은 거의 매년 되풀이되는 파업으로 신뢰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대구의료원은 28일 노사 평화를 선언했다. 2003년부터 13년 연속 파업이 없는 상생 노사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 노사는 사회적 책임 실천 협약도 맺었다. ‘대구시민 행복병원’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상의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약속했다. 이동훈 노조위원장은 “노사 화합은 대구의료원의 미래를 여는 튼튼한 뿌리가 되고 있다. 공공의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병원의 노사 협력은 소통과 신뢰가 바탕이다. 전 직원이 참여하는 분기별 경영설명회는 안정된 노사 관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사측은 직원과 경영 상태를 공유하면서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 노사 대화의 결과는 여러 성과로 나타났다. 2004년부터 주40시간 근무제 도입과 비정규직 비율 감소, 60세 정년 연장 등을 마찰 없이 합의했다. 사측은 노조의 협조에 근무환경 개선과 복지 향상으로 보답하고 있다. 2005년 어린이집 설립과 지난해 간호사 임대아파트 제공을 추진했고 내년까지 28명 규모의 간호기숙사도 건립한다.

노사 평화 분위기는 병원 경쟁력을 크게 높이고 있다. 입원 환자는 5년 전 400병상에서 지난해 500병상, 내년에는 600병상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2013년 27억 원, 지난해 8억 원 등 흑자도 기록했다. 2012년 보건복지부 인증, 2013년과 지난해에는 응급의료기관 평가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1914년 7월 대구부립 전염병격리병사로 출발한 대구의료원은 1984년 지방공사, 2005년 보건복지부 산하 특수의료법인으로 성장했으며 의료 기반을 잇달아 확충하고 있다. 저소득층 무료 진료와 간병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호흡기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병동을 운영 중이다. 공공의료 서비스를 위해 노인전문병원과 정신보건센터, 뇌중풍과 치매 전문인 라파엘웰빙센터도 설립했다. 최근 난치성 신경질환 치유센터도 열었다. 신창규 의료원장은 “노사 협력은 시민을 위한 공공 병원으로 거듭나는 필수 요소”라며 “경영 안정화로 의료서비스 질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해 11월 27일부터 50일간 파업을 벌였던 경북대병원 노조는 또다시 파업 돌입이 예상된다.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 등 50여 개 항목에서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2월부터 8차례 교섭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21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쟁의조정회의도 결렬됐다. 간호사 등 조합원 1060여 명은 최근 파업 찬반 투표를 벌여 88.9%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정했다. 병원 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 등은 정부의 방만 경영 개선 방침에 따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총파업은 29일 예고됐다.

경북대병원은 2009∼2011년 임금 인상 등을 둘러싸고 파업을 했고 2012, 2013년에는 파업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합의해 비난을 샀다. 불안정한 노사 관계는 경영 악화와 의료서비스 저하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적자는 2012년 20억3000만 원, 2013년 109억1700만 원으로 늘었다. 병원 관계자는 “잦은 파업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쌓여가고 노사 갈등으로 성장동력을 잃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의료원#경북대병원#노사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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