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 “어벤져스2, 배역이름도 없는 한 쪽짜리 대본으로 오디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8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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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어벤져스의 수현’으로 불리다보니 제 이름에 아예 어벤져스의 ‘에이(A)’를 넣으라고 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배우 수현(30·본명 김수현)에게는 남자 배우부터 작가, 아이돌 가수까지 동명이인이 많다. 2005년 한중슈퍼모델선발대회에 1위로 입상하며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흔한 이름 때문에 한때 예명(유리엘)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인터넷 뉴스 검색을 하면 많은 동명이인 중 그의 이름이 가장 먼저 검색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닥터 헬렌 조 역할로 떠오른 그를 28일 오전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에서 그는 새로운 히어로 ‘비전’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국계 천재 유전공학자 닥터 조로 등장한다.

다섯 살 때부터 6년간 미국에서 살았고 이화여대 국제학부를 졸업한 그는 작품에서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다. 그는 “천재 과학자인 토니 스타크 앞에서 ‘내 기술이 바로 과학의 미래’라고 말할 만큼 당당한 인물이기 때문에 다른 배우에게 밀리지 않도록 대사에 힘을 싣는데 신경 썼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강적 울트론 앞에서 평범한 인간이면서도 기죽지 않고 ‘내가 (당신을) 두려워해야 하나요?’라고 반문하는 닥터 조의 강인함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수현이 닥터 조 역을 제안 받은 것은 2013년 11월 초. 영화 제목도, 배역 이름도 없는 한 쪽짜리 대본이 소속사로 왔다. 비디오 오디션을 거쳐 조스 웨던 감독을 직접 만났는데 ‘조지 클루니’로 적혀 있던 상대역 이름을 ‘토르’로 바꿔 연기해보라는 주문을 받고서야 ‘어벤져스’ 속편의 오디션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깜짝 놀라서 몇 번이나 ‘토르가 맞냐’고 반문했었죠. 오디션을 보고 나왔을 때 이상하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2010년 KBS 드라마 ‘도망자 플랜비’에 출연해 영어 대사를 한 것이 제작진에 눈에 띈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드라마 ‘마르코 폴로’ 시즌1(2014년)에도 몽골 제국의 공주 쿠툴룬으로 나왔다. 남자들과의 씨름에서 모두 이기는 여장부 역할로 시즌2 촬영에도 곧 합류한다. 올해 개봉 예정인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니콜라스 홀트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이퀄즈’에도 조연으로 출연했다.

수현은 “함께 출연한 배우들 모두 할리우드 스타라기엔 놀라울 정도로 인간적이고 털털했다. 독립영화부터 연극, 블록버스터까지 다양한 작품을 하는 그들을 보며 배우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로 맡는 무술 액션 연기를 넘어 보다 더 높은 꿈을 꾸고 있다.
“10년 뒤에는 외국에서 계속 활발하게 작품을 하고 싶어요. 무술이나 액션 연기를 잘하는 역할 뿐 아니라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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