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경찰 차벽이 폭력집회 면죄부는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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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다행히 집회 참가자의 폭력은 발생하지 않았고, 경찰은 차벽을 설치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18일 열린 세월호 참사 1년 범국민대회의 폭력 시위에서 ‘상당히’ 평화적으로 바뀐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18일 행사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에 대해 행사 주최 측과 집회 관리 측 사이의 책임 공방은 가시지 않고 있다. 경찰의 차벽 설치가 불법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행사 주최 측은 2011년 헌법재판소가 내린 ‘서울광장 통행제지행위에 대한 위헌 결정’을 들어 경찰의 차벽 설치는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폭력 집회마저 정당화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당시 헌재는 ‘차벽 설치 자체’가 위헌이 아니라, ‘과도한 차벽 설치’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즉 급박하고 중대한 위험이 없음에도 불법 집회가 예상되는 장소 주변에 장기간 차벽을 설치해 전면적인 통행 제한 조치를 취한 것은 ①당시 상황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보기 어렵고, ②일부 시간대에 통제를 풀거나 통로를 개설하는 등 과도한 제한을 초래하지 않는 수단·방법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③공익이 일반 시민들이 입은 불이익에 비해 결코 크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법익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헌재 결정이 나오게 된 집회 상황과 4·18 세월호 추모 집회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4·18 집회의 경우 1만여 명의 시위대가 도로 전 차로를 점거한 채 청와대 방면으로 미신고 행진을 강행한 만큼 공공의 안녕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있었다. 또한 경찰은 차벽을 시위대가 도로에 진출한 후에 설치한 데다 이후 상황에 따라 차벽을 해제하는 등 국민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했고, 일시적으로 통행을 제한한 행위로 얻는 공익이 침해받는 사익보다 결코 적다고 할 수도 없다.

만약 당시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지 않고 몸으로만 1만여 명의 시위대를 막았다면 더 큰 물리적 충돌과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설령 행사 주최 측이 경찰의 차벽 설치를 위법이라 판단했다 하더라도 소송 등 법적 구제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폭력적인 수단을 행사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모든 국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범죄 예방 및 수사, 교통 단속 및 위해 방지 등 법에 근거한 정당한 경찰작용이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불법·폭력을 행사한다면 우리 사회엔 무법과 무질서가 횡행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차벽 설치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또 이를 구실로 불법·폭력 집회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불법·폭력의 행사는 민주시민의식의 부재를 드러낼 뿐이며, 세월호 추모의 의미도 퇴색시킬 수 있다. 아무쪼록 이번의 논란과 진통이 앞으로 건전한 집회·시위 문화를 정착시키는 작은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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