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이완구 司正담화 직후 매일 대책회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성완종 게이트]
압수수색 대비 매뉴얼 만들어… 다이어리 등 신속히 빼돌린듯
檢수사 받아본 成-이규태-유병언… 증거인멸 철저한 준비 공통점

검찰이 최근 주요 사건 피의자들의 ‘수사 학습 효과’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이들이 과거 수사를 받아 본 경험을 살려 검찰에 한발 앞서 미리 대책을 마련해 놓기 때문이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지난달 12일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를 천명한 대국민 담화를 본 이후 거의 매일 대책회의를 열었다. 성 회장 측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대응 매뉴얼’까지 만들어 실행에 옮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성 회장이 과거에도 회삿돈을 빼돌리다 두 차례나 검찰 수사를 받은 경험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성 회장과 측근들이 평소에도 검찰의 압수수색 조짐이 보이면 곧바로 회장실 비서에게 연락해 보고서와 메모, 다이어리 등 성 회장의 관련 물품을 지하창고로 옮기도록 매뉴얼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이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검 자원개발 비리 수사팀의 압수수색을 감지하고 이 매뉴얼에 따라 미리 자료를 파기하거나 은닉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성 회장의 한 지인은 “과거 검찰 수사를 두 번이나 받은 성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건네면서 기록을 남겼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런 ‘로비 장부’가 존재한다면 성 회장이 자살 직전 관련자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굳이 ‘복기 자료’나 ‘리스트’를 만들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달 방위사업 비리로 구속 기소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66)은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직원들만 아는 암호까지 만들었다. 2009년 조세 포탈 혐의 등으로 처벌받고 무기중개상 자격까지 일시 박탈당한 후 마련한 대책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납품 비리로 수사가 시작되자 회사 직원들에게 “문자로 ‘1’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면 회사에 검찰이 온 것이니 출근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압수수색 때 직원 협조를 원천 봉쇄해 검찰이 관련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인 셈이다. 성 회장이나 이 회장이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면,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아예 ‘그림자 경영’을 했다. 유 전 회장은 1991년 신도 자금 11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로 4년간 수감 생활을 한 이후로는 공식 직함도 갖지 않았다. 청해진해운 등 자신이 사실상 소유한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계열사의 주식도 전혀 없다. 검찰 내부에서는 “유 회장이 경영상 책임이나 재산 추적을 피하기 위해 공식 서류에 자신의 이름을 아예 남기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조동주 djc@donga.com·변종국 기자
#성완종#이완구#대책회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