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린 1승, 장진용-장시환-이동걸의 인생극장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8일 05시 45분


LG 장진용-kt 장시환-한화 이동걸(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LG 장진용-kt 장시환-한화 이동걸(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LG 장진용·kt 장시환·한화 이동걸 ‘눈물과 희망의 스토리’

장진용, ‘토미존서저리’ 딛고 3660일 만에 첫승
이름까지 바꾼 장시환, kt 이적후 9년 만에 첫승
‘만년 2군’ 이동걸, 빈볼시비 딛고 9년 만에 첫승

갖은 풍파를 이겨내고 인고의 세월을 거쳐 마침내 빛을 본 선수들의 스토리가 잔잔한 감동을 안기고 있다. 데뷔 12년차에 첫 선발승을 거둔 LG 장진용(29), 개명까지 하며 간절히 바랐던 데뷔 첫 승을 신생팀 kt에서 이뤄낸 장시환(28), 삼성에서 한화로 이적해 빈볼시비로 마음고생을 하다가 어렵사리 통산성적에 ‘1승’을 써낸 한화 이동걸(32)까지. 한겨울 모진 강풍을 이겨낸 인동초처럼 10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재능의 꽃을 활짝 피웠다.


● 부상 딛고 10년 만에 이룬 1승

장진용은 배명고를 졸업하고 2004년 1차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시속 140km 중후반의 빠른 공을 던지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유망주였다. 그러나 2005년 당한 오른 발목 부상이 고난의 시작이었다. 상무 시절이던 2009년∼2010년 2년 연속 퓨처스리그 다승왕을 차지하며 부활하는 듯했지만, 이번에는 팔꿈치가 아팠다. 결국 인대접합수술(토미존서저리)을 받고 재활에 돌입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팔꿈치가 다 낫는다고 해도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미래에 야구를 포기할 생각도 했다. 그러나 타자 전향을 고려하며 야구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그의 간절함에 하늘이 답했다. 그는 25일 마산 NC전에서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다. 2005년 4월 17일 광주 KIA전 구원승 이후 무려 3660일 만의 승리였다.

● 개명의 간절함으로 만든 1승

장시환은 ‘장효훈’이었던 2007년 북일고를 졸업하고 현대(2차지명 1라운드)에 입단했다. 그는 누구나 침을 흘리던 강속구 투수였다. 고등학교 때 최고구속이 154km이었으니 ‘두 말 하면 입 아픈’ 특급 유망주. 그러나 현대→우리→히어로즈→넥센까지 팀 이름이 4번 바뀌는 동안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안 해본 시도가 없었다. 2008년에는 장시환으로 개명까지 하며 야구인생의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다. 기회는 예상하지 못하는 곳에서 찾아왔다. 2014년 겨울 신생팀 kt의 지명을 받아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에게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리고 22일 수원 SK전 4회 2사 후 마운드에 올랐다. SK 강타선을 상대로 5.1이닝 동안 3안타 5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로 팀의 2-0 승리를 지켰다. 9년간 그토록 원했던 첫 승을 kt 창단 홈 첫 승으로 장식했다.

● 만년 2군 투수의 인간승리 1승

이동걸은 동국대를 졸업하고 2007년 2차 7번으로 삼성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키 185cm에 몸무게 95kg의 우월한 신체조건을 갖춘 투수. 그러나 그 역시 9년간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통산 1군 등판은 22경기에 불과했다. 결국 2013시즌 후 열린 2차드래프트에서 한화로 이적했다. 팀을 옮겼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이후 선발 테스트를 받았지만 여전히 미래는 밝지 않았다. 올해는 12일 부산 롯데전에서 빈볼시비에 휘말려 5경기 출전금지 처분을 받았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25일 대전 SK전에서 6회 구원등판해 경기(2.2이닝 1실점)를 끝까지 책임졌다. 그러자 9회 극적으로 김경언의 끝내기 안타가 터졌고, 그는 9년 만에 데뷔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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