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여자배구 용병 트라이아웃 강행 ‘3가지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8일 05시 45분


외국인선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 때문에 한국형 배구가 죽어가고 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한 KOVO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은 2014-15시즌 NH농협 V리그 정규리그에서 이효희와 공동 MVP에 오른 도로공사의 니콜. 스포츠동아DB
외국인선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 때문에 한국형 배구가 죽어가고 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한 KOVO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은 2014-15시즌 NH농협 V리그 정규리그에서 이효희와 공동 MVP에 오른 도로공사의 니콜. 스포츠동아DB
1. “한국이 봉이냐” 국제 배구계에 보내는 KOVO의 메시지
2. 몰빵 대신 한국형 배구 개발 필요성
3. 줄어든 비용으로 유소년 육성 투자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29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2015∼2016시즌 V리그에서 활약할 여자 외국인선수를 선발한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트라이아웃이지만 퇴로는 없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여자부 6개 구단은 선택한 선수가 다음 시즌 부상이나 중도 탈락 없이 끝까지 제대로 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 팬들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하지만

여전히 팬들은 트라이아웃을 반대한다. 급이 떨어지는 외국인선수가 리그의 수준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안젤코 가빈 레오가 삼성화재 입단 당시 무명선수였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감독과 토종 선수, 구단이 이들을 얼마나 잘 훈련시키고 진정한 동료로 만드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상위 순번과 하위 순번 선수들의 격차가 적고 각 구단이 원하는 선수를 한 명씩 뽑아갈 정도로 충분한 인원이 참가한다면 구단의 불만도 누그러질 것이다. 유사시 대체선수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지만 KOVO는 트라이아웃을 강행한다.

● KOVO는 국제 배구계에 메시지를 주고 싶어한다

현재 국제 배구계에서 V리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트라이아웃 강행의 첫 번째 이유다. 한국 구단들은 국제 배구시장에서 봉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지난 시즌 어느 여자구단은 외국인선수에게 100만 달러를 썼다. 국내선수 전체 연봉 수준이다. 그 선수가 자국리그에서 받은 실제 연봉은 3분의1 정도였다. 물론 100만 달러가 그 선수의 계좌로 가지 않았다. 관련 협회, 몇몇 에이전트 등 중간마진이 상상외로 많았다.

요즘 어지간한 외국인선수는 한국에서 제안이 오면 3∼4배씩 연봉을 올려서 부른다. V리그행 소문이 나도는 남자부 무쇼스키는 200만 달러, 소콜로프도 150만 달러 이상을 요구했다는 소문만 들린다. 이들은 이적료도 만만치 않다. 현재 KOVO의 연봉상한선은 28만 달러다.

V리그를 만만하게 보는 국제 배구계의 시각을 바꾸지 않은 한 이런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구단에게 자율로 맡겨서는 답이 없다고 KOVO는 판단한다. 그래서 문제가 있더라도 V리그의 의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 노력하지 않는 감독 구단에게 주는 메시지

KOVO는 여자 배구단과 감독들에게도 메시지를 주고 싶어 한다. 외국인선수에게만 모든 것을 걸지 말고 연구하고 노력해서 한국형 배구를 만들어달라는 메시지다. 지난 12일 벌어졌던 한일탑매치 경기는 V리그 여자부의 문제점을 잘 보여줬다. 일본 NEC 선수들은 한국 챔피언인 IBK기업은행 선수들보다 키도 작고 외국인선수도 뛰지 않았지만 압도적 기량을 발휘했다. 그들의 블로킹은 키와 관계없었다. 공격도 높이와 힘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켰다.

지겹게 들어왔던 조직력에서 NEC의 배구는 저만치 앞서 있었다. 어느 배구인은 “그동안 대부분 구단과 감독들이 외국인선수에만 모든 것을 걸었지 우리 선수들에 대해서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갈수록 배구는 단순해지고 우리 선수들의 기량은 늘지 않는다. 외국인선수 하나에 팀 운명을 거는 배구를 하고 있다. 리그에서 제대로 훈련이 안됐는데 국제대회에서 잘 할 수도 없다. 지금은 김연경 덕분에 그럭저럭 가겠지만 김연경이 없으면 해답도 없다”고 지적했다.

‘몰빵’ 대신 우리나라 선수들을 충분히 이용하는 한국형 배구는 새로운 것도 아니다. 외국인선수 제도가 없던 때에는 한국배구를 버티게 하는 것은 기술이었다. 우리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고 감독과 구단이 더욱 노력하는 계기로 삼고 싶은 트라이아웃이다.

● 유소년 배구 육성을 위한 약속을 잊지말자

갈수록 초중고 배구 꿈나무는 줄어들고 있다. 운동신경이 좋은 선수들은 다른 스포츠에 빼앗긴지 오래다. KOVO는 외국인선수에 몰아줬던 비용을 줄여서 유소년 꿈나무를 위한 투자비용으로 쓰겠다는 생각이다. 조만간 이를 위한 제도가 마련될 것이다. 각 구단에 연고학교를 배정한 뒤 일정 기간 지원한 프로팀에게는 신인드래프트에서 우선지명권을 주는 방안을 실행할 것이다. 몇몇 구단이 반대하면 그 구단은 빼놓고 투자를 하는 구단에 특혜를 줘서라도 유소년 지원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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