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원 금배지로 제 회사 챙기는 ‘체제 타락’ 도를 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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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국회의원 금배지를 자기 사업에 이용하는 구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2013년 경남기업 구조조정 시기에 금융당국과 은행들을 회유하고 압박했다. 2012년 정무위 회의에서는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에게 건설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국회에는 기업을 소유하거나 기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의원들이 많다. 이들 가운데 성 회장 같은 사람이 또 없으리라고 볼 수 없다.

실제로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물류와 건설 사업을 주로 벌이는 삼일그룹의 실질적 오너이면서도 자신의 회사와 직접 관련된 국회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의 간사까지 맡았다. 2012년까지 이스타항공 회장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이상직 의원은 의정 활동에서 새만금 개발과 군산공항을 지원하라는 요구가 지역구(전북 전주 완산을)와 관련된 발언보다도 많았다. 이스타항공은 본사가 군산이고 새만금 관련 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에는 공직자가 직무 관련 주식을 3000만 원 이상 보유한 경우 금융기관에 백지 신탁하고 신탁 후 60일 안에 주식을 처분하도록 돼 있다. 2005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일부 성과가 있긴 했으나 실제 주식 매각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19대 국회의원 가운데 백지 신탁이 결정된 의원 7명은 여전히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이 팔리지 않으면 보유 기간을 무제한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19대 국회 출범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백지 신탁한 주식의 매각 실적은 0건이다. 성 회장처럼 백지 신탁을 안 하려고 소송을 내면서 버티는 ‘꼼수’도 쓴다. 올 3월에는 공직자들의 부패를 막기 위한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정작 공직자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자신이나 가족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막는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빠지면서 반쪽 법안이 됐다.

미국 정치학자 마이클 존스턴은 한국의 부패 유형을 ‘엘리트 카르텔형’으로 분류했다. 사회 고위층이 학연 지연 네트워크를 형성해 권력을 유지하고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부패 카르텔의 정점에 있는 게 정경 유착이다. 그것도 의원 자신이 자기 회사에 이익을 주면서 제도적 개선까지 회피하는 것은 심각한 ‘체제 타락’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이 스스로 개혁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심판에 나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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