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세청, 性상납까지 받으며 회계법인에 뭘 봐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8일 00시 00분


코멘트
성매매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국세청 간부 2명의 성매매 비용을 국내 유수의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 임원이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일 성매매 현장에서 체포된 현직 세무서장과 국세청 간부는 “술자리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거짓말이었다. 국세청 간부들은 회계법인 임원 2명과 함께 술을 마셨으며 성매매 비용까지 포함된 술값 400만 원은 회계법인 임원들이 냈다. 혹시나 했지만 돈을 댄 사람들은 역시 따로 있었다.

회계법인과 국세청 간부들의 검은 유착 관계가 드러난 것은 충격적이다. 이들은 “평소 친분 때문에 술을 마셨다”고 강변하지만 성매매까지 이뤄진 것을 보면 단순히 친분을 나누는 자리는 결코 아니었다. 회계법인 측이 국세청 간부들에게 세금 감면 등 반대급부를 얻어내기 위해 은밀하게 관리해 왔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양측의 유착 관계와 로비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의 세무조사와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에 대한 전방위 조사로 회계법인에 세무와 관련된 의뢰가 크게 증가했다. 대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둔 회계법인으로선 국세청에 부탁할 일도 늘어났을 것이다. 기업의 세무조사 정보를 미리 귀띔받을 경우 고객 관리가 한층 수월해진다. 회계법인 임원들은 현직 국세청 간부들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각종 수단을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세청은 어느 정부기관보다 상하 관계가 분명한 패쇄적인 조직이다. 그래서 대형 회계법인들은 국세청의 고위직 출신들을 영입해 연결고리로 활용하기 위해 열을 올린다. ‘세피아’(세무공무원+마피아)의 몸값이 최고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법조계의 대형 로펌이 ‘전관 예우’를 기대하며 판검사 고위직 출신을 영입하려는 것과 같다. 1급 이상과 지방청장을 지낸 국세청 고위직은 퇴직 후 3년 동안 대형 회계법인 취업이 제한된다. 국세청 퇴직자들의 취업 제한 대상을 크게 확대해 유착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성매매#국세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