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 헤딩 시절 ‘반도체人 10신조’… 전사적으로 다시 새기는 삼성그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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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1분기 사상최대 실적, 29일 발표 앞두고…

삼성그룹이 32년 전의 반도체 사업 초창기 멤버들이 읊던 10가지 ‘반도체인의 신조’를 최근 전사적으로 다시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인의 신조란 1983년 아무런 기반과 기술 없이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삼성전자가 직원들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지은 10가지 행동다짐을 말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27일 “지난해 모바일 사업의 침체 속에 새로운 ‘실적 효자’로 부활에 성공한 DS부문의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이 내용을 사내방송 SBC를 통해 두 차례에 나눠 방영 중”이라며 “반도체인의 신조를 바탕으로 전사적 조직 문화와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재정비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 부품(DS)부문은 올해 1월부터 모든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반도체인의 신조 중 회의 내용이나 성격에 맞는 구절 하나씩을 읊고 시작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이야 삼성전자가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 업체이지만 32년 전만 해도 말 그대로 전 직원이 ‘맨땅에 헤딩’하던 시절”이라며 “각종 직원 교육 및 행사 때마다 반도체인의 신조를 적극 인용하며 직원들의 정신적 구심점으로 삼아 왔다”고 전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기술은 시계, TV에 들어가는 단순한 기능의 칩을 생산하던 수준이라 메모리반도체에 도전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삼성전자 측은 “그 시절 개발에 참여했던 한 직원이 ‘마치 자전거를 만드는 철공소에 초음속 항공기를 만들어내라고 하는 수준의 무모한 주문이라 아무도 D램 개발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1983년 1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직원 6명을 기술 제휴를 한 미국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으로 연수를 보내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히게 했다. 미국 출장팀은 현지의 텃세와 견제 속에서도 손 뼘과 발걸음으로 라인 크기를 재며 밤마다 모여 라인 설계도를 그렸다. 이런 노력 끝에 1983년 5월 경기 용인시 기흥 공장에서 개발을 시작했고 6개월 만인 그해 11월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 내에서는 아직도 이 일화가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라는 신조를 사업의 성취로 연결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한편 29일 확정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는 DS부문에서 1분기(1∼3월) 사상 최대인 3조5000억 원 안팎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1분기는 전통적으로 계절적 비수기로 꼽혀 의미가 크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반도체#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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