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도권]서울역 고가도로서 ‘불통의 피크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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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공원화 논란속 5월 10일 개최… 차량통행 막고 임시 잔디밭 조성
관할 중구-주민들엔 안 알리고 여행동호회 등 우호단체에 공문

지난해 10월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도로의 차량 통행을 차단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거닐 수 있도록 시민 개방 행사를 가졌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해 10월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도로의 차량 통행을 차단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거닐 수 있도록 시민 개방 행사를 가졌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도로의 차량 통행을 막고 ‘피크닉 행사’를 연다. 현재 추진 중인 ‘고가 공원화’ 사업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10월에 이은 두 번째 개방 행사다. 문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관할 자치구에조차 알리지 않고 추진하면서 반발을 사고 있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다음 달 10일 오전 11시∼오후 4시 서울역 고가도로 일대에서 제2차 서울역 고가 시민 개방 행사가 열린다. 차량 통행은 당일 오전 7시∼오후 6시 금지돼 일대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

행사 주제는 ‘게릴라 공원-고가 피크닉’. 시는 고가도로 위에 임시 잔디밭을 조성해 도시락과 간식 커피 등을 즐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의자 돗자리 양산 캠핑용품도 설치되고 판매도 이뤄진다. 또 음악 마임 마술 연극 등 다양한 거리공연도 펼쳐진다. 서울역 근처 골목길을 돌아보는 ‘17개 사람길 골목 투어’도 진행된다. 투입 예산은 3000만 원가량이다.

시는 고가 개방 행사를 이날 오전 10시∼11시 반 남산에서 열리는 ‘남산 100만 인 산책’ 행사와 연계할 계획이다. 참가자 6000여 명이 남산 행사 뒤 고가로 오게끔 유도한다. 또 이달 말 나오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설계안 국제현상 공모 당선작도 행사장에 전시한다. 시 관계자는 “현장에서 시민 의견을 들어보는 소통의 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가 고가 개방 행사를 관할인 중구와 지역주민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것. 앞서 시는 서울역 주변 지역에서 잇따라 ‘현장시장실’을 열고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가 공원화에 비판적인 자치구 및 주민과 개방 행사 개최를 협의조차 하지 않아 “말로만 소통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행사와 관련해 공문 한 장 받지 못했다”며 “시가 제대로 소통하려면 일단 사업을 대기시킨 뒤 원점에서 대화해야 하는데 주변 반대와 상관없이 정해진 일정대로만 진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재용 남대문시장 상인회장은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만 전해 들었을 뿐 피크닉 행사인 줄은 몰랐다”며 “시가 추진하는 행사를 막을 수도 없어 답답할 따름이다. 상인들과 협의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신 시는 걷기, 여행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와 동호회 21곳에 협조 공문을 보내 개방 행사 개최를 알리고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를 당부한다”고 요청했다. 고가 공원화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관련 단체만 먼저 챙긴 것이다. 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행사 계획안이 나오지 않아 관할 구청에 알리지 않았다”며 “상세한 내용이 나오면 공식적으로 알릴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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