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값 못한 대학, 학생에 환불” 첫 판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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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 50명, 학교 상대 승소… 교육 투자 않고 적립금 쌓기 급급
법원 “30만∼90만원씩 돌려줘라”

등록금을 받아 교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투자하기보다 적립금 쌓기에만 열을 올린 대학에 등록금 일부를 학생들에게 돌려주라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판사 송경근)는 채모 씨 등 수원대 학생 50명이 학교 법인, 이사장, 총장을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에서 “학생들에게 30만∼90만 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막대한 재단 적립금을 두고도 열악한 교육을 개선하지 않은 대학에 위자료 명목으로 등록금 일부를 돌려주라는 취지의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값등록금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의 유사 소송이나 등록금 인하 요구가 줄을 이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학생들은 2013년 7월 “학교 재정이 매우 양호한데도 교육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피해를 봤다”며 “1인당 100만∼400만 원을 반환하라”고 소송을 냈다. 수원대는 지난해 2월 교육부 감사에서 해당 연도에 착공할 수 없는 건물의 신축 공사비를 3년 연속 예산에 부풀려 편성하는 등 이월금을 907억 원 늘린 사실이 적발됐다. 또 별도로 사용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669억여 원을 적립해 2013년 2월 말 기준으로 적립금이 총 324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는 총장과 이사장의 출장비 부당 지급과 교비회계 전용 등 총 33개 부문에서도 지적을 받았다. 2011∼2012년에는 전임교원 확보율이 대학평가 기준에 미달했을 뿐 아니라 등록금 대비 실험실습비와 학생지원비는 각각 수도권 종합대학 평균의 41%, 8.9% 수준에 그쳐 정부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잠정 지정됐다.

재판부는 “수원대가 사립학교법을 위반해 적립금과 이월금을 부당하게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이 등록금에 비해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실험·실습 교육을 받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학생들의 실험·실습, 시설, 설비 등에 사용돼야 할 예산이 교육부 감사 결과 부적정한 곳에 쓰인 점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며 “학생들이 수원대를 선택할 당시 기대나 예상에 현저히 미달해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대구지법은 지난해 10월 경북외국어대 학생 등 245명이 학교와 관계자를 상대로 “부실 운영 등으로 끼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학교 측이 1인당 100여만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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