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승계’ 본격화… 2015년내 마무리 계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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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공백 예상밖 길어져… 李부회장 2015년초부터 활동폭 넓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갑작스러운 공백은 삼성그룹이 그동안 준비해 온 3세 승계 시나리오에는 없던 변수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10일 호흡 곤란으로 쓰러져 1년 가까이 장기 입원하고 있다. 이 회장은 생명유지 장치 없이 자가 호흡 중이지만 여전히 의식은 없는 상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26일 “의식 없는 상태로 치료가 장기화할 경우 심장 건강이 중요한데 의료진이 ‘이 회장이 심장은 타고났다’고 말할 정도”라며 “입원 전까진 끼니를 거르다 폭식한 적도 많았는데 지금은 꼬박꼬박 영양 공급이 이뤄져 전반적인 신체 건강은 더 좋아졌다”고 전했다.

이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해외 기관투자가 및 기업 간 거래(B2B) 파트너사들의 ‘리더십 강화’ 요구를 더이상 뿌리치기 힘들게 됐다. 삼성은 지난 1년간 대규모 사업구조 재편을 벌이면서도 한편으론 이 회장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승진이 없었고, 이 회장이 구축해 둔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사업구조 및 인사가 크게 변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올 들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로부터 연초 업무보고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활동 폭을 점차 넓히고 있다. 그는 전자계열사뿐 아니라 금융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도 정기적으로 모아 자산운용 능력 강화 등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 최대 국유 투자기업인 중신(中信)그룹과 직접 금융사업 협력 확대 방안을 협의했다. 당시 삼성 안팎에서는 금융사 지분이 거의 없고 그룹 회장 직책도 없는 이 부회장이 그룹을 대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반대로 승계를 서둘러 이 부회장 활동의 제약을 없애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B2B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삼성으로선 파트너사들의 요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사업 측면만 놓고 봤을 때는 승계를 하루빨리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지난 1년간 이 부회장이 아버지를 대신해 보여준 경영 방식에서 앞으로 바뀔 삼성그룹의 전략을 읽어볼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명분보다는 실리, 문어발식보다는 선택과 집중에 방점을 찍는 사업 구조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한전 부지 입찰 경쟁에서 경영진에 “무리하지 말라”는 당부를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과의 ‘빅딜’ 역시 불필요한 사업은 칼같이 잘라내는 이 부회장식 경영 방식이다.

이 회장이 삼성종합기술원을 중심으로 한 자체 연구개발(R&D)을 중시했다면 이 부회장은 외부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인수개발(M&D·Merger&Development)에 주력한다는 평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수합병(M&A) 및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의 기술 제휴 등을 주도하는 삼성전자 오픈이노베이션센터(OIC)와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등이 대표적인 ‘이재용 조직’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있어 가장 주목받는 것이 지난해 11월 상장한 삼성SDS다. 이 부회장은 이 회사 주식 11.25%(24일 종가 기준 약 2조3272억 원)를 가진 최대 주주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다음 달 13일 최대 주주의 보호예수(투자자의 피해 방지를 위해 대주주 지분 등을 일정 기간 매각하지 못하게 하는 것) 기간이 끝나면 이 부회장이 삼성SDS 주식을 팔아 상속세(6조∼7조 원 추정) 재원으로 쓸 것으로 예측해 왔다.

그러나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도 이 부회장이 삼성SDS 주식을 팔 계획은 없다”며 “상속세의 경우 주식을 5년간 분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이학수법)’ 등의 이슈가 여전히 살아 있다”며 “승계 자금이 필요하더라도 삼성SDS 주식의 조기 차익 실현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김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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