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DEO가 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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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산업부 차장
김상수 산업부 차장
다양한 색상, 나무, 유리, 조명, 소파….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세계적인 혁신기업 사옥의 특징들이다.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멘로파크에 새 사옥을 짓고 3월 30일(현지 시간) 입주했다. 신사옥은 3만9943m² 규모의 단층 건물로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작품이다. 옥상 전체가 정원과 산책로인 점도 특이하지만 건물 내부가 문이나 복도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 놀랍다. 마치 하나의 큰 방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고나 할까. 회의실 정도만 유리벽으로 분리된 세계 최대의 개방형 공간이다.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 “사람들이 우리 건물에 들어서면 세계를 연결하려는 우리의 사명에 할 일이 얼마나 있는지 느끼도록 하고 싶다”고 사옥을 소개했다.

구글은 거대한 유리 안에 나무들이 무성한 공원 같은 신사옥을 샌프란시스코 마운틴뷰에 지을 예정이다. 애플 역시 실리콘밸리에 유리로 된 우주선 모양의 ‘애플 캠퍼스2’를 짓고 있다.

이 기업들이 사옥을 이런 스타일로 만드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장식, 부드러운 조명, 편한 소파, 소통을 보여주는 유리, 자연친화적인 숲들이 직원들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한편 창의적인 발상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공감’과 ‘자유’ ‘소통’ ‘휴식공간’이 일터에 대한 만족도와 생산성을 동시에 높이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디자인 전문가 마리아 쥬디스와 크리스토퍼 아일랜드는 저서 ‘DEO의 시대가 온다’에서 “CEO(Chief Executive Officer·최고경영자)는 가고 DEO(Design Executive Officer·디자인경영자)의 시대가 온다”고 했다.

그러면 DEO는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저자들은 CEO와 DEO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구분했다. CEO는 권위적이고 계획에 따라 실행하는 스타일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일방적이고 매뉴얼 고수에 집착한다. 모험을 하려 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도 특징이다.

반면 DEO는 변화를 최우선 덕목으로 꼽는다. 리스크를 감수하며 도움이 되는 혼란은 허용한다. 새로운 경험에 개방적이며 사회성도 뛰어나다. 직원들에게 늘 영감을 불어넣으려 노력하고 사고가 유연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환생’으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디자인계 거장 알렉산드로 멘디니(84)는 이달 초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디자이너로 장수하는 비결에 대해 묻자 “많은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고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라며 ‘소통’을 꼽았다.

DEO는 CEO 같은 관리자가 아니라 멘토다. 직원들에게 성장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효율성을 높이도록 도움을 준다. 자신과 공통의 비전, 가치를 지향하는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관리자는 기업을 제자리에 잡아놓지만 멘토링은 기업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는 저자의 말은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든다.

DEO는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소파나 쿠션, 조명 하나에도 세심한 배려를 하는 직장에서 일한다면 ‘아, 내가 정말 특별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그런 면에서 저커버그 같은 이들은 CEO가 아니라 DEO다.

자, 여러분은 DEO인가, CEO인가. 만약 DEO가 되고 싶다면 칙칙한 회색 사무실에서 옆 사람과 칸막이를 둔 채 근무하는 직원들의 근무환경부터 바꿔주는 게 어떨까.

김상수 산업부 차장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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