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두려운 캐릭터였죠, 하고 싶을까 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7일 05시 45분


언제 어디서든 당당한 모습의 김혜수에게도 “두려웠던” 선택, 결국 숱한 작품으로 쌓아온 내공과 새로움의 자극과 뒤섞여 ‘차이나타운’ 속 복잡 미묘한 여자, ‘엄마’를 탄생시켰다. 사진제공|폴룩스픽쳐스
언제 어디서든 당당한 모습의 김혜수에게도 “두려웠던” 선택, 결국 숱한 작품으로 쌓아온 내공과 새로움의 자극과 뒤섞여 ‘차이나타운’ 속 복잡 미묘한 여자, ‘엄마’를 탄생시켰다. 사진제공|폴룩스픽쳐스
■ 영화 ‘차이나타운’의 두 여자|김혜수·김고은

30년 가까이 연기를 해온 배우. 이제 3년 차인 또 다른 여배우. 경력도, 이미지도, 심지어 ‘세대’도 다른 김혜수(45)와 김고은(24)이 29일 개봉하는 영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제작 폴룩스픽쳐스)으로 호흡을 맞췄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여성 누아르를 완성한 두 여배우를 만났다. 방식은 달랐지만 두 사람은 도전을 즐기는 듯했다. 이 흔치 않은 ‘조합’의 결실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영화는 5월13일 개막하는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았다.

무자비하고 잔혹한 엄마 역 김혜수
이전에도 앞으로도 할 수 없는 캐릭터
괴물 같은 여자…무너진 외모로 표현


믿기 어려웠다.

이미 숱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아무나 넘볼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들고, 또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한 김혜수가 꺼낸 말은 이랬다.

“그동안 연기하면서도, 앞으로도, 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차이나타운’에서 소화한 엄마 약을 지칭한 설명이다. 그를 긴장케 하고, 망설이게 하고, 고민하게 만든 캐릭터는 설명하기 복잡하고 의뭉스러우며 무엇보다 빈틈없이 무자비한 인물이다. ‘타짜’와 ‘도둑들’ 그리고 ‘관상’에 이르기까지 최근 10여년 동안 스크린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쌓아온 김혜수가 고민에 또 고민을 얹어 택한 잔혹하고 희귀한 여자다.

“충격적이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은 순간, 그의 머리를 스친 느낌이다.

“여성이 주체가 된 이야기가 반가웠다. 권력의 주변이 아닌 주체이니 더더욱. 하지만 그걸 다루는 방식을, 내 정서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삼고초려’가 이뤄졌다. 제작진은 “용기 나지 않는다”는 김혜수의 거절에 시나리오를 수정해 다시 건넸다. 그마저도 김혜수는 “하고 싶을까 봐” 읽지 않았다. 몇 달 뒤 좀 더 보완된 시나리오가 그의 손에 전해졌다.

김혜수에게 ‘도전’과 ‘자극’은 뗄 수 없는 키워드처럼 보였다. “두려워” 거절했지만 미처 털어내지 못했던 ‘도전의식’은 결국 ‘차이나타운’으로 이끌었다. 연기하는 모든 순간, 그는 자극을 받았고 그 감정을 대부분 기꺼이 즐겼다.

관객은 아마도 김혜수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적잖은 충격을 받을 것 같다. 극의 배경이 차이나타운이란 사실을 강조하듯 시종일관 짜장면과 탕수육에 도수 높은 중국 술을 마치 물처럼 마시는 그의 모습은 꽤 낯설다. 얼굴엔 주근깨가 가득하고, 몸은 무너져 내렸다.

“생존 자체로 점철된 사람이다. 이민자 출신에다 뿌리가 없다. 정체성을 확보하기도 전에 생존이 먼저다. 절대자로서 힘보다 죽고 살고 문제가 더 중요한, 괴물 같은 사람이다. 잔혹한 삶을 살아낸 결정체를 외모에서 풍기려 했다.”

엄마는 자신이 점찍어 키운 일영(김고은)이 어떤 변화를 겪자, 그를 제 자리로 돌려놓으려 한다. 그 갈등의 과정 한 편에서 주변인들은 핏빛 살육전을 벌인다. “연기라고 여기면서도 잔혹한 상황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던 김혜수는 카메라가 멈춘 사이 눈물을 한 움큼 흘리기도 했다.

곧 미얀마로 2년째 자원봉사를 떠나는 그는 ‘차이나타운’ 이후 계획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변화가 많은 연기 활동을 제외하면 삶의 방향은 확실하다.

“정해진 틀로 사는 건 맞지 않는다. 모자란 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장점을 기쁘게 내보이면 된다. 난 정말 하고 싶은 일들은 한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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