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토피아] 부진의 늪 빠진 kt, 투자가 없으면 반전도 없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7일 05시 45분


제10구단 kt의 첫 걸음이 무겁다. 그룹 경영진 교체 이후 소극적으로 바뀐 듯한 야구단 운영 자세에 대해 주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일이 보이는 팀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수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제10구단 kt의 첫 걸음이 무겁다. 그룹 경영진 교체 이후 소극적으로 바뀐 듯한 야구단 운영 자세에 대해 주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일이 보이는 팀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수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982년 6개 구단으로 시작한 프로야구는 34년의 역사가 쌓이면서 규모가 커졌다. 1986년 제7구단 빙그레 이글스가 시즌에 참가했고,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가 출범했다. 2013년 NC 다이노스에 이어 2015년 kt 위즈가 1군에 뛰어들었다. 사상 첫 10구단 체제에서 우리 프로야구를 지탱하는 각종 인프라가 이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추후 올 시즌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수치가 확인해줄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막내팀 kt의 행보다.

kt는 26일 현재 3승20패, 승률 0.130에 그치고 있다. 아무리 약팀이라도 승률 2~3할은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 프로야구가 그동안 팬들에게 심어준 믿음이다. 아직 초반이지만 kt는 그 믿음 이하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저 승률의 주인공은 1982년 삼미다. 16승65패, 승률 0.188이었다. 이후 프로야구에 뛰어든 후발주자들의 첫 시즌 성적은 다음과 같다. ▲제7구단 빙그레(1986년 31승1무76패·승률 0.290) ▲제8구단 쌍방울(1991년 52승3무71패·승률 0.425) ▲제9구단 NC(2013년 52승4무72패·승률 0.419)다.

● 2015시즌 kt의 첫 걸음이 힘든 이유는?

이기는 데는 이유가 많지 않지만, 지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현재 kt의 부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존 팀들과의 큰 실력차다. 한 시즌을 2군에서 단련하며 많은 준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의 준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20세기와 달리 21세기에는 프로야구의 젖줄인 아마추어야구와 프로야구의 수준차가 너무 크다. 2군과 1군의 수준도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2015년 kt의 첫 시즌은 1991년 쌍방울과 비교된다. 당시 쌍방울에는 프로야구 대표선수로 나중에 자리매김한 유망주들(김기태·조규제·김원형·박경완)이 많았다. 이들과 다른 팀에서 데려온 선수들로 창단팀으로서 역대 최고의 첫 시즌을 기록했다. 지금 kt에는 그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 지더라도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재목들이 팀의 중심으로 버텨야 하지만, 그런 선수들이 아직까진 보이지 않는다. kt는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 설정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 야구단 창단을 절실히 원했던 리더가 떠나간 kt

많은 야구인들은 kt의 첫 시즌을 크게 걱정했다. 2013년 부영과 치열한 창단경쟁을 할 때 보여줬던 장밋빛 청사진과 절실함이 언제부터인가 사라졌다고 믿었다. kt가 제10구단으로 선정된 데는 3가지 공약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KBO에 납부하는 야구발전기금 200억원과 경기도내 독립리그 운영, 돔구장 건설이었다. 실현 여부에 의문도 들었지만, 연매출 28조원의 대기업과 경기도·수원시가 한 약속이라는 빛이 이를 가렸다.

당시 10구단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던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공약이 상당히 매력적이었지만, 정권이나 지자체장이 바뀌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했다. 그 같은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kt에서 가장 야구단 창단을 원했던 리더는 회사를 떠났다. 그와 함께 일을 추진했던 세력도 자리에 없다. 지금 kt그룹을 이끄는 사람들은 프로야구에 애정이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들에게 프로야구는 돈만 들어가는, 많은 돈을 써도 생색이 나지 않는 애물단지인지 모른다.

● 프로배구 우리카드는 kt의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까?

kt와 오버랩되는 것이 남자프로배구 우리카드다. 새 주인을 찾고 있던 제6구단 드림식스를 놓고 공기업인 우리금융지주와 대부업체 러시앤캐시가 2013년 인수경쟁을 벌였다. 인수조건만 놓고 보자면 러시앤캐시가 더 좋았다. 그러나 드림식스는 10억원이나 인수금액을 적게 제시한 우리금융지주에 넘어갔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이사들은 대부업체보다는 공기업에 서울연고권을 포함한 프로배구단 권리를 주고 싶었다. 인수를 결정하는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우리금융지주는 비전을 제시했다. “서울에 전용경기장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은행의 생명인 신용과 신뢰를 언급하면서 “한 번 결정한 사항은 끝까지 책임지고 간다”고 밝혔다.

물론 그 약속은 프로배구단 인수를 추진했던 회장이 물러나면서 없던 일이 됐다. 배구단을 떠맡은 우리카드는 3개월 뒤 “배구를 안 하겠다”고 했다가 비난 여론을 자초했고, 마음에도 없는 배구단 운영을 2년간 계속했다. 전용구장은커녕 숙소도, 훈련장도 없이 선수들을 방치한 채 명목만 유지했다. 외국인선수나 FA 영입을 위한 투자는 꿈도 꾸지 않았다. 심지어는 주력 선수마저 몰래 팔아서 구단운영비용을 마련했다. 약속된 기간이 끝나자마자, 프로배구에서 빠진다(2015년 3월 31일)고 임의탈퇴를 신청했다가 사흘 만에 번복했다. “구멍가게 운영도 이런 식으로는 안 한다”는 비난을 샀지만, 우리카드는 이제 “우리를 믿어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배구인들은 “행동으로 신뢰를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신뢰의 상징은 전용훈련장과 전용숙소가 될 것이다.

● 200억원의 비싼 수업료와 kt의 숙제

kt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9개 구단으로부터 특별지명을 하면서 90억원을 썼고, FA도 나름대로 알차게 데려왔다고 생각한다. 200억원을 투자했다.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에서 돈을 물 쓰듯 하는 것은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맞는 말이다.

선수를 사오는 데 200억원을 쓰고도 성적이 바닥에서 허우적거릴 만큼 우리 프로야구는 선수 몸값이 비싸다. 그래서 더욱 가치 있는 투자와 육성이 중요하다. 냉정하게 보자면, 올 시즌 kt가 어떤 선수를 데려온다고 해서 당장 성적이 좋아지기는 어렵다. 200억원의 비싼 수업료를 내고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kt 구단 프런트가 2군과 아마추어야구에 눈을 돌려 유망주를 찾아내고, 이들을 조기에 육성해내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긍정적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kt는 원더스 해체 이후 고양의 좋은 훈련시설을 2군 훈련장으로 사용할 기회를 놓쳤다. 현장에서 요구했지만, 거쳐야 할 단계와 보고할 곳이 너무 많아서 그 와중에 NC에게 넘어갔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에 대해 kt는 “우리도 발 빠르게 고양시와 접촉하려고 움직였지만 무슨 일인지 고양시가 우리를 만나주지 않았다. 그래서 기다리던 중에 NC로 결정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로서도 아쉽고 억울한 상황이다. 그 사안은 본사에 보고할 문제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는 kt그룹이 그동안 해왔던 사업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분야다. 특히나 2002년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공기업 문화는 스피드와 순발력이 생명인 프로스포츠단 운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차라리 부영이 했다면”이라는 말도 요즘 들린다. kt그룹은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길 권한다. 그 말 속에 kt가 지닌 모든 문제의 해답도 있을 것 같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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