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명에도 계속되는 추경 편성 논란…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6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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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재정 역할론’ 발언으로 촉발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란이 “아직 추경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은과 국제통화기금(IMF)은 물론 국내외 민간경제연구소까지 앞 다퉈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추경 여부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증폭되는 양상이다.

추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재정의 상반기 조기집행으로 하반기에 집행할 예산이 부족해 경기가 더욱 나빠지는 ‘재정절벽’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국세수입 결손액이 6조~7조 원으로 예상되는데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5조~7조 원 정도가 투입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10조~15조 원 규모의 추경이 상반기 내에 편성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 때는 물론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대두될 때마다 정부가 추경 카드를 빼내들었다는 점에서 추경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997년 12월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편성한 총 16번의 추경 중 10번이 경기부양을 위한 것이었다.

이번 추경 논란이 과거와 다른 점은 한은이 먼저 추경 군불 때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추경편성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상반기 끝까지 경기상황을 면밀하게 전반적으로 짚어보겠다”며 ‘5~6월 추경설’에 선을 그었다.

정부는 추경에 대한 신중한 접근의 이유로 현재의 경제상황이 가장 최근에 추경이 이뤄졌던 2013년과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들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2년 전에는 성장률이 7개 분기 연속 1%에 못 미치는 등 저성장이 굳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공격적 대응이 필요했다”면서 “지난해 2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0%대 성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올해 1분기는 지난해 4분기보다 성장률이 나아졌고 2분기부터 경기회복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돼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재정건전성이 2년 전에 비해 악화된 점도 정부로선 부담이다. 최근 3년간 연속 세수에 펑크가 나고 올해도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경을 편성할 경우 재정 건전성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추경 재원 대부분을 국채를 발행해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 역시 “추경을 하면 국가부채가 늘어나게 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 정부당국이 힘을 갖고 추경을 추진했던 2년 전 정권 출범 초기와 달리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국정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추경 추진은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추경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경기부양의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추경에 앞서 통화완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며 “악화된 실물경기를 반등시키려면 통화당국(한국은행)이 과감히 기준금리를 인하해 시중에 돈을 풀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단기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려 할 것이 아니라 세수결손 문제 해결과 중장기적으로 경제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개혁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매년 추경 논의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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