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는 세계로, 세계는 꽃동네로’…아프리카의 활짝핀 꽃동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6일 14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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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 초창기에 하느님께서 제게 그 분의 이름으로 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들어주시겠다는 음성을 들려주신 이래 단 한 번도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

“매 고비, 고비마다 하느님의 놀라운 은혜와 성령의 역사가 함께하심을 실감했습니다.” (신상현 원장 수사)

“나는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으니 대신 목숨을 바치겠다고 주님께 약속했습니다.” (황마태오 수녀)

21일 ‘우간다 키루후라 꽃동네 사랑의집 및 ECHO 교육장 축복식’과 ‘김수환 추기경 꽃동네 센터’ 기공식에 참석한 꽃동네 신부 수사 수녀들은 이 같은 소감으로 감사와 축복을 나누었다. 서울에서 비행기와 자동차 등으로 27시간을 달려와 밤늦게 현지에 도착한 오웅진 신부 등 일행은 감사미사에 이어 잠깐 눈을 붙인 뒤 행사에 참석했다,

현지 시간으로 21일 오후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남서쪽으로 300km 이상 떨어진 행사장에서 열린 이 날 축복식에는 30년간 이 나라를 통치해 온 요웨이 카구타 무쉐베니 대통령이 파격적으로 참석, 시설을 둘러보고 관계자들을 격려 축복했다. 또 우간다 꽃동네가 있는 움바라라 지역 교구장인 폴 K. 바쳉가 대주교, 주 우간다 교황 대사 미카엘 구르메 대주교, 주 우간다 박종대 대사, 전영숙 한국국제협력단(KOICA) 우간다 사무소장 등 내빈들과 현지 주민 1800 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교구 성가대의 찬양과 아이들의 춤과 그루브는 과연 놀라울 정도였다.

국내 사회복지 시설로는 드물게 ‘꽃동네는 세계로, 세계는 꽃동네로’를 캐치프레이즈로 필리핀 미국(4곳) 방글라데시 우간다 인도 아이티 캐나다 중국 가나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10개국에 진출한 꽃동네. 아프리카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6년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열린 ‘세계젊은이 성령대회’가 계기가 됐다. 당시 대회에 참석한 우간다 신부와 공동체회원들이 꽃동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아 신상현 원장 수사를 초청했고, 그는 우간다에서 치유기도회와 산골 방문을 통해 ‘치료받을 힘조차 없는’ 수많은 AIDS 환자들을 만났다. 인구 3400만 명인 우간다에는 100만 명의 AIDS 환자와 3만~5만 명의 AIDS 고아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신 수사가 산골에서 만난 한 할머니의 사연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AIDS에 걸린 외손주 5명을 홀로 돌보고 있는 할머니가 신 수사를 보자 “하느님께서 오래전에 고아였던 나를 돌봐 줄 선교사를 보내 주셨던 것처럼, 몹쓸 병에 걸린 우리 손주들을 돌봐줄 사람을 보내달라고 오래 기도해 왔고, 그 응답으로 주님이 당신을 내게 보내주셨다”고 고백한 것이다. 할머니의 신앙 고백이 하느님의 음성과 섭리라고 생각한 신 수사는 귀국 후 꽃동네 재단에 이를 보고했고, 2007년 5월 최초로 수녀 2명, 수사 1명을 파견하게 된다. 섭리와 기적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2009년 오웅진 신부가 우간다를 방문, 움바라라 대교구장인 폴 바쳉가 대주교를 만났고 이 자리에서 바쳉가 대주교가 ‘1년에 단돈 1 달러씩 내고 교구 소유 농장 30만 평을 사용하도록 해 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땅은 교구 소속 신학생들의 장학금 마련을 위해 소를 키우던 농장으로 내부 반발이 있었으나 바쳉가 대주교가 “저 먼 나라에서 목숨을 걸고 아프리카 까지 우리를 돕기 위해 오시는 꽃동네 식구들을 위해 우리가 가진 것을 내 놓지 않을 수 없다”고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우간다 교황대사를 지낸 장인남 대주교도 꽃동네를 측면 지원했다고 한다. 장 대주교는 현재 태국에 머물면서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교황대사를 겸하고 있다.

꽃동네는 2009년 1월 키루후라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거리인 카라마에 어린이 AIDS 고아들을 위한 시설을 우선 마련했고, 이번에 키루후라에 노숙인 200명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700여 평의 복지 수용시설을 마련해 개관식을 갖게 됐다. 현재 수사 5명, 수녀 4명이 피견돼 환자와 노숙인들을 돌보고 있다. 그들의 손은 마치 공병대원들의 손처럼 크고 억세지만 모두들 기쁨이 가득한 모습이다. 이 날 기공식을 갖은 ‘김수환 추기경 꽃동네 센터’에는 어린이 AIDS 고아들이 거주할 예정이다.

무쉐베니 대통령과의 인연은 2013년 5월 말 한국을 첫 국빈 방문했을 때 맺어졌다. 바쳉가 대주교의 주선으로 오웅진 신부 등을 숙소에서 접견한 무쉐베니 대통령은 우간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꽃동네의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를 표시하면서 “노숙인 시설 준공식 때 반드시 참석하겠다”고 약속했고, 국가 주요일정을 조정해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은 우간다는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가 각 40%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장기 집권 하고 있으나 꾸준한 경제성정과 나라의 안정을 가져온 지도자로 평가받으면서 ‘아프리카의 비스마르크’ 라는 평을 받고 있다. 무쉐베니 대통령은 이날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한국인의 열정, 근면. 검약 정신을 높이 평가하면서 꽃동네 부지 조성에 필요한 블도저 지원과 10만 달러 지원을 즉석에서 약속해 큰 박수를 받았다.

지난 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으로 국제적 인정을 받은 꽃동네는 이제 아프리카를 넘어 세상 끝까지 자신들에게 주어진 신앙적, 시대적 소명을 완수해 나갈 것이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오복음 25장 40절)’

키루후라(우간다)=오명철〈전 동아일보 문화부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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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키루후라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테이프 컷팅을 하고있는 내빈들. 앞줄 왼쪽부터 폴 K 바쳉거 대주교. 오웅진 신부. 무세베니 대통령. 박종대 대사. 미카엘 구즈메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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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웅진 신부(왼쪽)의 권유로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이 팔을 머리 위로 올려 꽃동네식 ‘사랑합니다’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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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꽃동네에 살고 있는 에이즈 고아들이 ‘사랑합니다’ 인사를 하며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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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키루후라 꽃동네 전경. 맨 앞 큰 건물이 이번에 준공된 사랑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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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이 준공기념 축하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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