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광고총량제 끝내 도입… “균형 잃은 먹통 방통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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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개정안 이르면 7월 시행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방송 광고 쏠림 현상을 심화시켜 미디어산업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를 결국 도입하기로 했다. 신문방송업계에서는 방통위가 신문, 잡지, 유료방송 등 다른 매체들의 반대는 무시하고 지상파 방송사만을 위한 제도를 강행한 것에 대해 “균형감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방통위가 ‘선량한 관리자’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최성준 위원장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고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 도입, 가상·간접광고 제도 개선, 협찬고지 제도 개선 등을 포함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르면 7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는 광고 형태에 관계없이 광고시간 한도(광고 총량)만 규제하는 제도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 광고는 프로그램 앞뒤에 붙는 프로그램 광고, 시간을 알리면서 나가는 시보 광고,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 나가는 토막 광고 등으로 구분돼 각각 규제를 받아 왔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지상파 방송사는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 광고를 더 많이 편성할 수 있게 됐다. 신문 등 다른 매체의 광고가 지상파 방송으로 옮아가는 광고 쏠림 현상이 우려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60분 프로그램 기준으로 최대 6분까지 허용되던 프로그램 광고는 최대 9분까지 50%가 늘어나게 됐다. MBC 인기 프로그램인 ‘무한도전’(95분)의 경우 지금은 15초짜리 광고를 최대 38개(9분 30초)까지 할 수 있지만 광고총량제 시행 뒤에는 19개 더 많은 57개(14분 15초)까지 가능하다.

방송 도중 이미지를 만들어 내 광고하는 가상 광고도 대폭 허용된다. 가상 광고는 현재 운동 경기 프로그램에만 허용돼 있지만 앞으로 오락과 스포츠보도 프로그램에서도 할 수 있게 됐다.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를 무리하게 도입한 것에 대해 신문업계의 한 관계자는 “없는 집 살림을 빼 내 부잣집에 더해 주는 격”이라면서 “방통위는 미디어업계 전반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지상파 방송사만 보고 앞으로 나가는 ‘일방통행위’”라고 꼬집었다. 또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사만을 위한 조직으로 전락하면서 앞으로 국가 기관이 해야 할 갈등 조정과 선량한 관리자 역할은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허원제 김재홍 이기주 고삼석 상임위원은 특별한 반대 없이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를 통과시켰다. 다만 최성준 위원장은 많은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이번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재원이 확대되면 그 재원은 모두 콘텐츠 제작에 재투자돼야 한다”면서 “앞으로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가 확대된 재원을 어떻게 썼는지 면밀히 조사해 재허가 과정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상임위원단 전체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에 나선 장대호 방송광고정책과장은 “방송사가 광고 총량을 제대로 준수하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해 광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산과 인력 확대가 필요한 모니터링 강화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지상파#광고총량제#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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