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成 로비장부’ 존재 일부 확인… 최측근 2명에 은닉 추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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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
검찰 ‘복기 자료’ 확보 총력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과거 정치권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내용을 정리해 놓은 ‘복기 장부’의 존재를 검찰이 일부 확인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검찰은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49)와 이용기 비서실 부장(43) 등이 이 ‘복기 자료’를 숨겨 놓은 것으로 보고 이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박 전 상무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증거 인멸’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 전 상무 등이 이 자료를 ‘인멸’하지 않고 어딘가에 ‘은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성 회장이 숨지기 전에 정치권 금품 제공 내용을 복기해 자료를 만든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성 회장과 박 전 상무, 이 부장 등이 압수수색에 대비해 빼돌린 자료 중에 이 ‘복기 자료’가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기업 직원들은 지난달 18일 첫 압수수색이 이뤄지기 직전 성 회장과 박 전 상무의 지시로 회사 내부 자료를 대거 빼돌렸다. 이때 반출된 서류는 경남기업의 분식회계 관련 자료가 많았지만 일부 비자금 조성과 사용처 등이 담긴 자료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2차 압수수색이 이뤄진 지난달 25일 직전에도 조직적인 자료 빼돌리기가 이뤄졌다.

성 회장은 과거 정치권 금품 제공 내용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박 전 상무와 이 부장 등에게 관련 자료 수집을 지시한 흔적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측근들의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 e메일 등을 분석하고 경남기업 직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파악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적은 이완구 국무총리 등 여권 핵심 8명에 관한 내용도 당초 성 회장이 상세하게 정리한 ‘복기 자료’에서 일부 발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성 회장은 지난해 말 검찰 내사가 시작될 무렵부터 구명 청탁을 위해 이 자료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올 2월 중순에는 수행비서 금모 씨에게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독일을 방문한 2006년 기사를 찾아오라’고 지시했고, 숨지기 사흘 전인 이달 6일에는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방문해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 원을 잘 전달했느냐’고 확인했다. 성 회장의 측근인 충청포럼 관계자 A 씨는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성 회장이 지난해 11월경 국세청이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긴 걸 알고 수사를 눈치챘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전 상무에 이어 이 부장도 ‘증거 인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두 사람을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검찰에서 “성 회장의 지시로 내부 자료를 파기하긴 했지만 금품 제공과 관련된 자료는 아는 게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상무는 24일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증거 인멸 혐의를 일부 인정했지만 ‘복기 자료’에 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초 한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50)과 전모 전 상무(50)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조사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은 각각 2009∼2013년과 2005∼2008년 경남기업 재무본부장으로 재직한 성 회장의 ‘금고지기’였으며, 성 회장의 비자금 조성 과정을 잘 아는 핵심 인사로 지목돼 왔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한 전 부사장과 전 전 상무는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박 전 상무와 이 부장의 ‘약점’을 진술해 줄 수도 있다”며 “이들의 역학관계를 최대한 활용해 복기 자료의 존재와 내용을 확인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정윤철 기자
#로비장부#존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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