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잘못된 광고총량제 대통령이 막는 길밖에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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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어제 미디어 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방송광고총량제를 도입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광고총량제는 방송광고의 전체 허용량만 제한하고 시간과 횟수 등을 방송사가 정하게 하는 제도다. 인기 프로그램에는 비싼 돈을 받고 광고를 더 많이 붙일 수 있어 ‘지상파 광고 몰아주기’라는 지적을 받는다. MBC ‘무한도전’의 경우 지금보다 19개 더 많은 최대 57개의 광고를 붙일 수 있다.

방통위가 공공자원인 전파를 이용하는 지상파에 광고시간을 대폭 늘려주는 것은 시청자를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없다. 전파는 지상파 방송사나 정권의 재산이 아니라 국민의 재산이다. 시민단체 ‘매체비평우리스스로’는 2월 공청회에서 “광고시간이 늘어나 시청자를 힘들게 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다수의 시청자단체들은 광고총량제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광고총량제는 신문, 잡지, 유료방송 등 다른 매체의 존립을 뒤흔들어 미디어산업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제도인데 방통위라는 한 부처의 시행령으로 결정하는 것부터 잘못이다. 미디어산업의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할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산업의 진흥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왜 팔짱만 끼고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 이런 부처 간 ‘칸막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수차 없애라고 강조했던 적폐 아닌가.

미디어산업의 고른 발전은 의견의 다양성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다. 정부 여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말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사상의 자유로운 시장’을 위축시키는 신문악법 개정안 통과에 협조했다가 2006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을 받게 만든 과오가 있다. 박 대통령은 광고총량제가 미디어시장에 가져올 엄청난 악영향을 정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방통위 시행령의 국무회의 의결을 보류해 미디어산업을 보호할 책무가 박 대통령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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