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성완종 게이트, 특검으로 소모적 논쟁 끝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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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관 변호사·18대 국회의원
이범관 변호사·18대 국회의원
축구 해설가가 야구 해설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는가? 같은 스포츠이기는 하지만 야구가 축구는 아니다. 재미는 있겠지만 신뢰는 가지 않을 것이다. 검찰은 이런 간단한 문제를 풀지 못하여 정치적 사건에서는, 지난 수십 년을 정권과 국민 사이에서 어색한 자세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특검도 상설화된 마당에 검찰이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곳에 더이상 머무를 필요는 없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성완종 게이트는 특검에 맡기고 본체인 자원외교 비리 수사에 전념해야 한다.

자원외교 비리 수사에서 촉발된 경남기업 사건은 이미 권력형 정치 비리 사건으로 변질되었고 앞으로 또 어떤 폭로나 물증이 나오느냐에 따라 여야를 막론하고 수사 대상이 확산될 수도 있다. 이런 권력 핵심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는 국민이 항상 납득하지 못했다. 이는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부 조직상의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특검 제도가 도입된 것이고, 국회의 의결 또는 법무부 장관의 요청으로 특검을 할 수 있도록 명문화되어 있다.

수십 년간의 검찰 경험으로 판단해 보면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으로는 진실을 밝히기엔 이미 역부족이다. 당사자는 세상을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런 경우 검찰이 과거의 사실을 증거에 입각해 밝혀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증거 없이 “네 죄를 네가 알렷다”식으로 소위 원님 재판을 할 수도 없다.

사실이 밝혀져도 법률적 판단과 처벌이 쉽지 않다. 공소시효, 엄격한 증거주의, 금품수수의 성격(뇌물이냐 정치자금이냐) 등 법적 판단이 쉽지 않으며 이런 논란은 벌써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어떤 수사 결론을 내놓더라도, 야권은 불복하여 특검 재수사를 주장하며 정치공세를 강화할 것이고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까지 정치 쟁점으로 이어가려고 할 것이다. 국민여론도 검찰 수사를 불신하며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굉장히 익숙한 장면들이다. 이를 또다시 반복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 전체에게 소모적이다.

국가적인 낭비도 피해야 한다. 특검에서 다시 수사할 것이 뻔한 것을 검찰이 수사하고 또 특검이 재수사한다면 이는 어느 모로 보나 수사력, 비용, 시간의 엄청난 낭비일 뿐이다. 이미 정부와 여야 모두 “특검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하여 특검을 당연한 수순으로 언급하고 있다.

자원외교 비리 수사는 이제 첫발을 내디뎠을 뿐 앞으로 엄청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자칫 양손의 토끼를 모두 놓쳐 부실 수사의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

정치권이야말로 지금 우왕좌왕할 때가 아니다. 조속한 특검을 통한 진상 규명만이 국민과 정치권, 검찰 모두를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게 하는 현명한 해법이다.

이범관 변호사·18대 국회의원
#검찰#성완종 게이트#특검#자원외교 비리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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