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訪美 걸림돌 제거… 시진핑은 AIIB 실리 챙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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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정상회담 속내는 제각각
동아시아 긴장완화 美요구에 화답… 아베, 중일관계 개선 선물안고 방미
시진핑, 中주도 금융기구 가입 유도… ‘日이 요청한 정상회담’ 부각시켜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2일 5개월 만에 다시 만났으나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양국의 분위기는 온도 차가 있다. 양국이 회담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도 달랐지만 과거사에 매달리지 않고 실익을 챙겨 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 ‘아베의 미국 방문 선물’로 반기는 일본

일본 아사히신문 등은 23일 중일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며 중일관계 개선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이 미소를 띤 표정으로 아베 총리와 악수하는 사진도 실었다.

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을 미국에 주는 선물로 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아베 총리에게 직간접으로 올바른 역사 인식과 동아시아 긴장 완화를 요구해 왔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이번 회담 성사를 위해 공을 들였다.

26일 방미를 앞둔 아베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방미 직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한 모양새를 연출한 것에 만족한 듯하다.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함께 중일 관계 개선이란 선물을 안고 미국을 방문하는 셈이다. 이로써 아베 총리는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좀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미 국무부도 22일 기자회견에서 “세계 3대 경제대국인 중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을 한 것을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 힘들이지 않고 실리 챙긴 중국

중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23일 중일 정상회담을 소개하면서 일본의 요청에 의해 만난 사실을 강조했다. 관영 런민(人民)일보는 2면에 관련 기사와 함께 게재한 사진에서 아베 총리를 만난 시 주석이 두 팔을 의자 팔걸이에 올리고 다소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을 내보냈다. 22일 밤 관영 중국중앙(CC)TV도 시 주석의 엄숙한 표정만을 내보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에게 “역사 문제를 직시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 주석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환영을 받고 있다”며 일본의 참여를 바란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중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AIIB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세계 3대 경제대국인 일본의 참여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도 문을 열어두고 있으나 먼저 일본을 끌어들이는 실리를 얻기 위해 아베의 회담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아베 총리가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인정한다고 밝힌 것도 회담 성사를 위해 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아베 총리가 22일 아시아-아프리카회의(일명 반둥회의) 연설에서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를 뺀 연설을 한 데 대해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3일 사설에서 “총리는 속임수 없는 태도로 과거를 마주할 필요가 있다. 식민지 지배와 침략, 사죄를 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아베 내각의 각료 3명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해 모처럼의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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