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SNS민심]성완종 리스트 뒤덮은 세월호 추모 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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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1주기 #RememberSEWOL”

4월 15일 오후 6시 33분에 ‘트위터대한민국(@twitterKR)’이 노란리본 사진과 함께 올린 이 트윗은 무려 1만6471회 퍼지며 세월호가 포함된 전체 글 가운데 가장 많은 리트윗을 기록했다.

세월호 1주년 추모 열풍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압도했다. 4월 15일부터 21일까지 1주일 동안 트위터, 블로그, 뉴스에서 세월호를 언급한 문서는 무려 111만6395건이 검색됐다. 이 같은 수치는 같은 기간 성완종 언급량 18만9307건의 6배에 이르는 규모다. ‘성완종 때문에 세월호가 묻혔다’는 항간의 주장을 완전히 뒤엎는 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1주년 당일인 4월 16일 하루에만 43만2470건을 기록했으니 이는 빅데이터 관측사상 하루 언급량 최대 규모다. 지금까지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튿날인 4월 17일에 기록한 20만7850건이 최고치였는데 그것의 두 배가 넘는다. 세월호 인양, 시행령을 둘러싼 갈등과 세월호 추모 해시태그 캠페인이 결합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세월호 참사의 국민적 파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하루 언급량이 10만 건을 넘으면 우리 사회를 강력하게 지배하는 이슈라고 볼 수 있는데 지난 1주일간 세월호는 하루 평균 15만 건 이상의 고강도 버즈(온라인상 언급량)를 이어갔다.

하지만 세월호 1주년을 맞은 추모 열기는 평탄하지 않았다. 선체 인양과 특별법 정부 시행령안을 둘러싼 갈등은 유족들을 다시 거리로 내몰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1주년 당일 공식 추모행사에 참석하지 않았고 서둘러 남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된 이완구 총리는 사실상 업무중지 상태였고 얼마 뒤 사임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유족들의 요구를 외면하자 그들은 광화문으로 나섰다. 1주년을 맞이한 대한민국엔 캡사이신 최루액과 물대포가 난무했다. 유가족과 경찰이 격렬하게 부딪쳤고 박근혜 정부는 시민, 국민과 맞대결하듯 사태를 몰아갔다.

세월호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압도적 1위는 23만374건을 기록한 유가족(유가족+유족+가족)이었다. 2위는 13만3739건의 참사가 차지했고 3위는 13만2512건의 경찰이었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유가족과 경찰이 정면대결을 펼치고 있는 양상이 고스란히 표현된 순위다. 4000회 이상의 리트윗을 기록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박성복 군의 어머니가 어제 경찰의 방패에 갈비뼈 4개가 부러졌습니다” 같은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여기저기서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노란리본(9만8644건)이 4위에, 광화문(9만464건)이 5위에 올라 정치권의 울타리를 넘어 거리로 나온 세월호 1주년 분위기를 전했다. 심리 연관어에는 물대포, 빨갱이, 분노 같은 키워드가 빠른 속도로 언급량을 늘려갔다.

6위는 8만7377건의 박근혜 대통령이 차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당일에 안산 대신 팽목항을 찾았다. 유가족들이 요구한 세월호 선체 인양과 시행령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공식 추모식을 연기한 채 광화문 시위에 나섰다. 소설가 고종석 씨는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남미 순방을 세월호를 빠져나온 이준석 선장에 빗댄 트윗을 올려 3000회 이상의 리트윗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체 연관어 7위부터 10위까지는 시민(8만2161건), 추모(6만7076건), 정부(6만2677건), 국민(5만7660건)이 차지했다.

18일에는 시위 과정에서 한 청년이 태극기를 불태워 이른바 빨갱이 논쟁을 불러왔다. 경찰이 태극기를 불태운 청년을 추적한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ask****는 “이건 아니다. 세월호를 빙자한 반정부 이적 세력을 더 이상 국민과 경찰은 좌시해선 안 된다. 국기를 모독하는 자들은 즉각 체포하라!”는 격앙된 트윗을 올려 80여 회 남짓한 리트윗을 기록했고 “태극기를 불태우는 것이 유가족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충고도 잇따랐다. 한편 태극기를 불태운 청년이 프락치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누리꾼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대형 참사에 대처하는 정부의 미숙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캠페인은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 아닌가. 안전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세월호만 한 반면교사가 또 어디 있겠는가. 왜 이 거대하고 도도한 흐름을 적대시하면서 스스로의 입지를 좁은 곳으로 끌고 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적 지지를 다시 회복해 국정 운영의 동력을 되찾으려면 무엇보다 세월호 문제를 잘 풀어내야 한다. 앞서 세월호 언급량 규모가 전무후무하다고 했다. 이는 정부가 세월호 참사 문제 해결에 전향적인 태도를 갖는다면 국민통합의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행히 정부는 22일 세월호를 통째로 인양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대통령부터 이렇게 말하자.

“잊지 않겠습니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성완종 리스트#세월호 추모#선체 인양특별법#정부 시행령#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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