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이 北철도 현대화 지원해야 유라시아로 가는 길 활짝 열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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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콘퍼런스’서 방안 모색

극동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러시아가 최근 북한 관련 사업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은 러시아를 포함해 유라시아 물류망의 주도권을 쥐려는 주변국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이 북한 철도시장에 진출하려면 초기 단계부터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동아일보와 채널A, 새누리당 유라시아철도추진위원회 주최로 22일 열린 ‘2015 유라시아 교통·에너지 국제 콘퍼런스’에서 나왔다.

사업비 4조3000억 원(경의·동해·경원선)으로 추산되는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은 유라시아 물류망을 열기 위해 한국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남북 철도를 연결하더라도 현재 북한의 철도 여건으로는 열차가 시속 20∼30km밖에 속도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나진-하산 프로젝트’ 실사를 위해 북한을 다녀온 송일석 한국철도시설공단 유라시아철도태스크포스(TF) 차장은 23일 “북한 철도의 약 80%는 여전히 목재 침목을 써 썩거나 쪼개진 게 많고, 레일은 20년 가까이 된 중국산이나 러시아산 중고를 재활용해 마모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은 콘크리트 침목을 쓰고 있고, 레일은 1∼2년마다 새것으로 교체하고 있다. 당시 실사단은 나진항에서 두만강철교까지 54km의 철로를 따라 걸으며 북한 철도를 낱낱이 살폈다. 송 차장은 “남한과 북한의 철도는 시설, 신호시스템, 차량 등 모든 면에서 컴퓨터와 타자기처럼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북한 철도시장에 참여하는 게 녹록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유라시아&북한 인프라센터 소장은 “북한은 철도법 제2조에 철도를 토지와 마찬가지로 ‘중요산업 국유화 강령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을 통해 쟁취한 혁명의 고귀한 전취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특수성 때문에 북한은 철도 시설과 개·보수 사업을 다른 나라에 잘 내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1998년부터 중국 러시아 등이 북한 철도시장 진입을 계속 시도해 온 만큼 국내 기업에도 참여 가능성이 있다고 안 소장은 설명했다. 특히 지금까지는 접경지역 위주로 사업이 추진됐다면 최근에는 러시아가 20년에 걸쳐 길이 3500km의 북한 철도 전역을 현대화하는 ‘포베다(승리) 프로젝트’를 전담할 사업 관리자를 임명하며 북한으로 더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 사업이 자금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안 소장은 북한 철도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이 북한에서 조달 가능한 자재를 현지 가격으로 조달하는 형태로 북한 산업의 자생력을 도와주며 사업을 추진하면 기존 추정 건설비의 20∼30% 정도로 공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력을 활용하면 한국의 20분의 1 수준으로 인건비를 낮출 수 있고, 한국에서 개당 8만 원 수준인 레일을 북한에서 생산할 경우 1만 원이 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이 필요로 하는 레일, 침목, 신호시스템 등 자재와 건설인력에 대한 기술을 지원하며 토대를 쌓아 가야 한다고 안 소장은 덧붙였다.

홍수영 gaea@donga.com·윤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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