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시베리아를 달리는 유라시아 철도의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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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9년 5월 10일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미국 최초의 대륙횡단 철도가 탄생했다. 센트럴퍼시픽과 유니언퍼시픽 두 회사는 각기 드넓은 평원과 사막을 건너와 유타 주 프로먼토리에서 철로를 하나로 연결했다. 네브래스카 오마하부터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까지 연계하는 2826km 노선이다. 7년의 대역사를 통해 대륙횡단 여행에 드는 비용은 1000달러에서 150달러로 떨어졌다.

▷유럽 최초의 대륙횡단 특급 열차는 1883년 운행을 시작한 ‘오리엔트 특급’이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으로 유명해진 이 열차의 노선은 2740km를 넘었다. 1930년대 유럽 상류층에선 프랑스 파리에서 이 열차를 타고 터키 이스탄불에 가는 낭만적 여행이 대유행이었다. 자동차와 비행기 여행이 보편화된 1977년 이 노선은 막을 내렸지만.

▷또 하나의 대륙횡단 철도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을 통과하고, 시베리아 벌판을 가로질러 유럽에 이르는 유라시아 철도 얘기다.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잇는 중추적 물류시스템이 복원되면 시베리아횡단철도, 중국횡단철도, 몽골횡단철도 등 기존의 대륙철도망에 활력을 더해주면서 지구촌 최장(最長) ‘철의 실크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유라시아를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으려는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의 핵심 과제다. 물론 그 첫 단추는 남북의 끊어진 철길부터 잇는 일이다.

▷마침 ‘2015 유라시아 교통·에너지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알렉산드르 갈루시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이 “8월에 남-북-러 3자 대화협의체를 갖자”고 제안했다. 일제강점기에는 기차로 북녘 땅을 거쳐 중국과 러시아까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광복 이후 남북 철도가 단절되면서 우리나라는 섬 아닌 섬이 됐다. 남북 철도가 다시 이어져 ‘숲이 흰 자작나무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늘어선’(최하림의 시 ‘시베리아 판화1’) 시베리아 벌판을 달려 유럽으로 가는 기차여행이 현실이 되는 날, 과연 언제쯤일까.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대륙횡단 철도#오리엔트 특급#유라시아 철도#철의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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