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없는 ‘사용후 핵연료’ 처리… 고리원전 2016년부터 포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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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원자력협정 타결’ 이후

한미가 4년 6개월의 협상 끝에 22일 원자력협력협정을 타결했지만 실질적인 숙제는 고스란히 남은 상태다. 특히 당면 과제인 사용후핵연료 처분은 ‘재처리’라는 협상 쟁점에 가려 손도 대지 못했다.

그동안 한국 원자력계는 한미의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공동연구만 끝나면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처럼 설명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1980년대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파이로프로세싱이 한미 공동연구로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전문가도 많다. 한국은 이번 협정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초보적 수준에서 연구할 수 있는 권리를 겨우 얻었을 뿐이다. 또 10년 공동연구 종료 시점인 2020년에 파이로프로세싱이 성공하더라도 그 결과물(재처리된 핵연료)을 이용할 고속증식로(연료를 태울 새로운 원자로)에 대해선 아직 개발 검토도 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3기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매년 750t. 처분 방식이 정해지지 않아 원전 내외부 임시 저장수조와 건식 보관용기에 쌓아두고 있다. 내년 고리원전(부산 기장군)부터 포화가 시작된다. 저장 간격을 촘촘하게 하거나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다른 발전소로 일부를 옮기는 ‘확장공사’를 해도 임시대책일 뿐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예정대로 확장공사를 해도 2024년 한빛원전(전남 영광군)부터 저장능력이 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 한미 원자력협정에서 사용후핵연료를 ‘해외 위탁처리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이론상 가능하다는 의미다. 원전을 운영하는 31개국 가운데 사용후핵연료의 위탁재처리 방침을 정한 국가는 단 2곳(네덜란드, 이란)이다. 이란은 원전이 제대로 사용되는 국가가 아닌 만큼 사실상 네덜란드만 위탁재처리를 하고 있다. 러시아나 영국, 프랑스에 위탁했던 독일, 스페인, 스웨덴 등 많은 나라가 직접처분(매몰 등)으로 방향을 틀었다. 재처리 기술이 있는 미국도 환경 경제성 등을 고려해 직접처분하고 있다. 한국 역시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지난해까지 여론 수렴과 전문가 분석을 거쳐 어떤 방식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지 정책방향을 제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원자력계의 입김과 찬반 여론에 끌려 다니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원자력 전문 인력 확보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외교부는 한미 원자력협정 타결 후속 작업으로 현재 과(課) 수준인 군축비확산 부서를 국(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와 미국 에너지부 차관급이 수석대표인 고위급 위원회가 설치되는 만큼 원자력과 비확산 전담부서를 보강하기 위해서다.

미 국무부의 국제안보비확산국처럼 순환근무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원자력 전문가로 키우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하지만 미국처럼 비확산 부서를 운영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더 크다. ‘원전 마피아’로 악명이 높던 원자력계가 비확산 부서의 뜻대로 호응할지 확신이 없고 산업계와 연대감이 높은 경제 부처들과의 기 싸움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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