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남기업 특혜’ 윗선 못 밝힌 감사원 발표 누가 믿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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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2013년 경남기업 3차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실시한 감사 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 감사원은 어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 금융감독원의 국장과 팀장이 독단적으로 개입해 경남기업 대주주인 성완종 회장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주주에게 엄청난 특혜를 안긴 결정이 금감원 국장과 팀장 선에서 이뤄졌다고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도 감사원이 윗선을 밝혀내기는커녕 검찰 고발도 없이 팀장에 대한 문책 요구로 감사를 끝냈다. 담당 국장이었던 김진수 기업금융개선국장은 올 1월 퇴임했다는 이유로 문책대상에 넣지도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수박 겉핥기식 감사’라는 소리가 나온다.

성 회장이 남긴 다이어리에는 경남기업이 지은 베트남 ‘랜드마크72’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쇼가 열리기 직전인 2013년 9월 3일에 성 회장이 김 국장을, 4일과 5일에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났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에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경남기업의 채권은행단인 서진원 신한은행장,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용환 한국수출입은행장 등 금융권 인사가 대거 수행했다. 성 회장은 경남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직전인 2013년 10월 23일과, 금감원 국장 팀장이 압력을 넣던 2014년 1월에도 최 원장을 만났다고 나와 있다.

경남기업 워크아웃 결정에 관여한 간부 라인인 당시 최 원장-조영제 부원장-김 국장-A 팀장은 모두 성 회장과 같은 충청권 출신이다. 은행권에서 경남기업에 가장 많은 돈(5200억 원)을 빌려준 김용환 당시 수출입은행장도 마찬가지다.

이들에 대한 감사는 왜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감사원은 “감사가 (성 회장이 자살하기 이전인) 지난해 11, 12월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했다. ‘살아있는 권력’인 박근혜 정권에서 이뤄진 3차 워크아웃의 진상을 철저하게 파헤치기보다는 금감원 중간간부 몇 명에게만 책임을 묻는 식으로 부실 감사를 했음을 자인하는 말로 들린다.

감사원은 2011년 초에도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 국장과 반장 등에게 주의와 문책 통보를 하는 ‘솜방망이 감사’를 했다가 2012년 정권 실세와 관련된 대형 비리가 줄줄이 터져 나오는 수모를 겪었다. 정치권에 민감한 감사원의 부실한 감사는 문제를 더 키우는 법이다. 당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감사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감사원의 ‘정치 감사’는 여전한 듯하다. 검찰 수사에서 성 회장을 비호해 경남기업에 금융 특혜를 준 유력 인사들이 드러난다면 ‘윗선 봐주기 감사’에 그친 감사원도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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