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인사이드] ‘염소의 저주’ 풀기 위해 영입한 레스터의 부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3일 14시 56분


코멘트
존 레스터. ⓒGettyimages멀티비츠
존 레스터. ⓒGettyimages멀티비츠
지난해 32홈런을 터뜨린 시카고 컵스의 간판타자 앤서니 리조는 올 시즌 개막에 앞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호언장담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지략가로 꼽히는 조 매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데다, 2차례의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을 지닌 좌완투수 존 레스터(31)가 에이스로 영입됐기 때문이다.

재능 있는 신예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컵스지만, 구단 수뇌부는 한 세기 넘게 이어져온 ‘염소의 저주’를 풀기 위해 지난 겨울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6년간 1억5500만달러(약 1678억원)의 거금을 들여 레스터를 데려왔다. 그러나 레스터는 올 시즌 3경기에서 거듭 실망스러운 피칭을 보여줬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속단하긴 이르지만, 부진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레스터는 23일(한국시간) 현재 승리 없이 2패에 방어율 6.89로 몹시 부진하다.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것은 둘째 치고 컵스 선발로테이션에서 유일하게 단 한 차례의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15.2이닝을 던지는 동안 12자책점을 허용했고, 안타는 무려 24개나 맞았다. 여기에 볼넷 4개를 더하면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무려 1.79에 이른다.

더욱이 투구수가 너무 많다. 20일 벌어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선 5.1이닝 동안 3실점하면서 97개의 공을 던졌다. 매 경기 투구수가 많은 탓에 이닝이터 역할도 제대로 못해 그가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불펜의 소모가 컸다. 레스터가 등판한 3경기에 투입된 불펜투수는 모두 15명이나 됐다.

한 세기 넘게 이어져온 월드시리즈 우승 실패의 한을 풀기 위해 거액을 들여 모셔온 에이스가 이처럼 시즌 초반 기대에 어긋나는 성적을 내자, 팬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지구 라이벌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4.1이닝 3실점,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6이닝 6실점으로 난타를 당한 점이 불안 요소로 거론되고 있다. 그래도 매든 감독은 “모든 면에서 레스터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 실투가 간혹 나오기는 했지만 이전 경기에 비해 확실하게 투구 내용이 좋아졌다”며 에이스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다.

반면 지난 FA 시장에서 레스터와 함께 최대어로 꼽혔던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와 제임스 실즈(샌디에이고)는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 대조적이다. 슈어저는 3경기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하며 방어율 0.83의 눈부신 성적을 내고 있다. 실즈도 마찬가지다. 역시 4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2승무패, 방어율 3.24를 기록 중이다.

오랜 기간 찰떡궁합을 과시해온 데이비드 로스를 전담 포수로 내세우고도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레스터는 “현재 우리 팀 선발요원 중 가장 형편없는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좀더 많은 이닝을 책임질 수 있도록 상대팀을 더욱 철저하게 분석할 것”이라며 부진 탈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염소의 저주’가 끝나기를 염원하는 팬들의 시선은 컵스 이적 후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레스터의 어깨로 향하고 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