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종석]‘이번엔 된다’에 걸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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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정책사회부 기자
이종석 정책사회부 기자
강원 양양군이 설악산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조만간 환경부에 신청할 모양이다. 퇴짜를 두 번 맞았던 신청이다. 첫 신청은 2012년 6월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부결됐다. 총 길이 4.6km의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했는데 지형과 산림경관의 훼손 우려가 있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계획상 케이블카는 설악산 정상 대청봉에서 직선거리로 230m 떨어진 곳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돼 있었다.

양양군은 재도전했다. 이번에는 도착지를 대청봉에서 좀 더 멀리(이격 거리 1012m) 뒀다. 정상 훼손 우려를 의식해서다. 하지만 환경 보전대책은 1차 때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3년 9월 심의 결과 또 부결.

세 번째 신청이 곧 있을 예정이다. 운행 거리(3.4km)는 이전보다 1km가량 줄었다. 도착지는 대청봉에서 1600m 떨어진 끝청. 좀 물러나더라도 케이블카를 꼭 놓겠다고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 장애인 노약자의 고지대 접근권 보장 등을 위해 케이블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

첫 번째 신청 때 민간 전문위원회가 공원위원회에 낸 보고서를 보면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의 주 목적은 지역경제 활성화가 아니라 (걸어서 산을 오르는) 탐방객 증가에 따른 공원 훼손 압력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데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돼 있다. 같은 시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분석에서는 양양군 케이블카 사업의 30년간 예상 운영 수입이 공사비+운영비용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왔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말고는 나중 일이고, 사업 자체의 경제성이 낮다는 얘기다.

접근권 얘기도 군색하다. 장애인이 접근하기 버거운 곳은 산 아래 평지에도 널렸다. 그런 곳은 놔두고 산꼭대기 접근권부터 보장한들 별반 반길 장애인이 얼마나 될까. 최근 환경단체가 “케이블카 계획구간 인근에서 멸종위기종 산양이 발견됐다”고 하자 “산양 서식지가 아니라 이동로일 뿐(양양군)”이라고 했다니 생태계 훼손 문제는 거론해 봤자 헛일이지 싶다.

사정이야 어떻든, 필자는 이번에는 가결된다는 쪽에 건다. 왜?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8월 케이블카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두 달 뒤 10월에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도 조기에 추진됐으면 한다”고 콕 집어 얘기했다. 이쯤 되면, 된다고 보는 게 맞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수도권 2000만 시민이 마시는 상수원 보호구역 규제가 완화됐다. 경유 자동차가 내뿜는 대기오염 물질 감축 사업에 2조3000억 원의 예산을 쏟아 붓고도,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경유 택시를 도입하는 판이다. 그래도 환경부는 말 한마디 못한다. 공원위원회는 재적위원(20명) 과반이 출석해 출석위원 과반이 찬성하면 안건이 통과된다. 환경부, 기획재정부 등 부처 소속 9명, 산림청 1명 등 정부위원이 10명으로 절반이다. 대통령 말씀을 못 들은 척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구성이다.

가결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 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는 것 하고는 별개다.

이종석 정책사회부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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