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11분이 짧은 추억여행… 중장년층 관객 밀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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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최근 4시간 넘는 편집본으로 재개봉한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젊은 시절의 로버트 드니로(왼쪽에서 두 번째)를 만날 수 있다. 영화사 날개 제공
최근 4시간 넘는 편집본으로 재개봉한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젊은 시절의 로버트 드니로(왼쪽에서 두 번째)를 만날 수 있다. 영화사 날개 제공
러닝타임 251분, 인터미션 10분을 포함하면 261분.

9일 재개봉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약 4시간 반에 달하는 긴 상영시간만큼이나 우여곡절이 많은 영화다. ‘원스…’는 이른바 ‘마카로니 웨스턴’의 거장으로 불리는 세르조 레오네 감독의 유작.

1920년대와 30년대, 그리고 1968년 뉴욕을 오가는 장대한 이 갱스터 영화를 레오네 감독은 당초 10시간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최종 편집본은 약 4시간이었다. 하지만 흥행을 고려한 영화사는 139분으로 대폭 편집해 1984년 개봉했다. 이듬해 국내 개봉 때는 30분 더 줄어 109분이었다.

이번 재개봉판은 2003년 DVD로 출시된 감독판(229분)에 2012년 새로 발견된 필름 22분을 더한 확장판이다. 긴 러닝타임에, 비싼 관람료(1만5000원)를 내고 DVD로도 나온 30년 전 영화에 ‘도전’하는 관객은 얼마나 있을까. 의외로 적지 않다. ‘원스…’는 개봉 첫째 주와 둘째 주 주말 평균 좌석점유율이 모두 30%를 넘겼다. 홍보를 맡은 영화사 날개는 “상영 횟수가 적다는 점을 고려해도 다른 영화에 비해 상당히 높다”며 “예상보다 호응이 좋아 장기 상영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관객몰이 비결은 옛 추억을 곱씹으며 극장을 찾은 중장년층 관객이다. CGV 리서치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20, 30대 관객이 다수를 차지하는 다른 영화와 달리 ‘원스…’의 20대 초반 젊은 층의 예매율은 6.8%에 그쳤다. 반면 50대는 16.45%로 높았다. CGV 측은 “중장년층 비율이 2배 이상 높은 상영관이 많다”고 밝혔다. 보통 6 대 4 정도인 여성과 남성 관객 비율도 남성이 50.3%, 여성이 49.7%로 상대적으로 남성이 많다.

17일 오후 찾은 서울 여의도의 한 ‘원스…’ 상영관은 객석의 절반 이상이 차 있었다. 대부분 남자들끼리 온 정장 차림의 30, 40대 직장인이거나 중년 부부였다. 직장인 정연진 씨(32)는 “어릴 때 TV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특히 데보라의 아역인 제니퍼 코널리가 춤추는 장면을 극장에서 꼭 다시 보고 싶었다”고 했다.

상영 3시간쯤 지나자 인터미션이 있었다. 예고 없이 영화가 멈춘 뒤 시계가 스크린에 표시되고 10분 후 영화가 이어서 상영됐다. 불평하거나 도중에 자리를 뜨는 관객은 없었다. 아내와 함께 영화관을 찾은 김모 씨(52)는 “젊을 때 봤던 영화라 영화 보는 내내 옛 생각이 났다. 로버트 드니로의 젊은 시절을 보면서 세월도 함께 느꼈다”고 했다.

디지털 작업으로 복원한 새로 발견된 부분은 음향과 화질 차이가 커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 누들스가 친구들과 함께 차를 타고 물속으로 돌진해 빠지는 장면, 누들스가 데보라와 데이트를 하기 전 운전기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 노년이 된 누들스가 클레오파트라 역할을 맡은 데보라의 연극을 보는 장면, 아들을 애잔하게 바라보는 베일리 장관의 뒷모습 등이 개봉 당시는 물론이고 DVD에도 없는 장면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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