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킨슨 교수 “한국 교육격차 해결하려면 부의 격차 먼저 줄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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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 후속편 ‘불평등’ 5월 출간… 피케티의 멘토인 앳킨슨 교수

경제적 불평등 해소 방안을 제시해온 앤서니 앳킨슨 런던정경대 교수는 “토마 피케티 교수를 비롯해 젊은 학자들과 함께 향후 세계 최상위 소득계층을 다룬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항아리 제공
경제적 불평등 해소 방안을 제시해온 앤서니 앳킨슨 런던정경대 교수는 “토마 피케티 교수를 비롯해 젊은 학자들과 함께 향후 세계 최상위 소득계층을 다룬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항아리 제공
세계적 이슈가 된 ‘21세기 자본’의 후속편에 해당하는 책이 국내와 미국에서 다음 달 동시에 출간된다. 제목은 ‘불평등’(글항아리 출판사). 미국 하버드대 출판부는 ‘21세기 자본’의 ‘각론’에 해당하는 서적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이 책을 준비해왔다. 저자는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의 멘토이자 공동연구자인 앤서니 앳킨슨 런던정경대 교수(71)다. 부의 분배 문제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후보에 올랐다.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21세기 자본’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정치적 쟁점이 됐죠. 하지만 정치 지도자들은 불평등에 관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밝힌 바가 없습니다. 피케티를 넘어,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시하려 했습니다.”

‘21세기 자본’이 돈이 돈을 버는 속도(자본수익률)가 경제 성장률보다 빠르기 때문에 세습 자본주의가 강화됐다는 현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불평등’은 해결책을 다뤘다는 뜻이다. 그는 “피케티와 함께 20년간 불평등과 관련된 역사 연구를 했다”며 “과거에 해답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국가에서 국민소득 중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어요. 하지만 과거 불평등이 감소하던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유럽 국가의 국민소득에서 자본의 비율이 떨어지고 부가 덜 집중됐죠. 네덜란드의 지니계수(빈부격차지수)는 1959∼1985년 8.5%포인트, 프랑스 이탈리아는 1962∼1990년 9%포인트 떨어졌어요. 정부의 개입, 소득정책 반영으로 임금 격차가 줄고 국민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에 부의 집중도가 낮았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불평등의 회귀(Inequality Turn)’가 발생했다고 그는 진단했다.

“영국, 미국의 불평등 정도는 한 세대 이전에 비해 10%가량 높아졌습니다. 복지가 축소되고 소득세는 덜 누진적으로 됐으며 임금이 떨어져 오르지 않았어요. 이 말은 이전 정책으로 회귀하고 누진세를 제대로 적용하면 불평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재정의 재분배(Fiscal Redistribution)를 고려해야 할 때입니다.”

그는 불평등이 ‘기술 진보’와 ‘세계화’에서 기인했다고 하는 설명은 불완전하다고 지적했다.

“기술과 세계화의 영향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어요. ‘일자리 축소’도 기술 진보의 속성과 노동시장을 규제하는 방식에 따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불평등이 심해질지, 줄어들지는 결국 우리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그는 부와 교육의 격차 등 양극화가 심해진 한국 사회에 대해 조언했다.

“‘기회의 불평등’이 해소된다면 ‘결과의 불평등’은 당연하다는 의식은 잘못된 겁니다. 오늘의 ‘결과의 불평등’은 미래의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교육격차를 줄이려고 교육정책에 의존하는 건 온전한 해결책이 아니에요. 결국 부모, 즉 개인 간 재산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앳킨슨 교수는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 노동자, 고용주 등 초국가적 노력이 있어야 불평등이 줄어든다”며 △1인당 보유 한도를 둔 국민저축채권을 통해 저축에 대한 플러스 실질 금리 보장 △국부펀드를 운영하는 공공 투자기관 설립 △과세 대상 소득 구간에 따라 한계세율을 65%까지 인상 등 15개 주제별 불평등 감소 방안을 제안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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