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국내 첫 ‘자동차 극장’ 개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3일 05시 45분


■ 1994년 4월 23일

“오늘은 순찬씨와 나와의 결혼 2주년 기념일, 둘이서 과천에 있는 드라이브 인 극장에 가서 ‘황혼의 세 나그네’란 서부극을 보았다.”

1981년 고려대 물리학과 김정흠 교수가 내다본 2000년의 풍경이다. 2월13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김 교수는 ‘드라이브 인 극장’을 “자동차를 탄 채 영화를 볼 수 있게 한 야외극장”이라 설명했다. 곧 자동차 극장을 일컬은 것이다.

현실 속 드라이브 인 극장은 김 교수의 전망보다 이른 1994년 오늘, 문을 열었다. 국내 최초의 ‘드라이브 인 시어터’(Drive-in Theater)가 이날 오후 7시 경기도 포천 베어스타운에서 개관했다. 가로 12m, 세로 5m의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고 카오디오와 FM주파수를 활용하는 특수음향 시스템이 설치된 극장에선 홍콩영화 ‘천장지구2’가 상영됐다. 300여대의 자동차에 1000여명의 초청자들이 참석해 새로운 체험에 신기해 했다.

이후 7월 대우자동차가 11일부터 일주일 동안 서울 여의도 통일주차장에서 자동차 극장의 문을 열고 야외 영화축제를 이어갔다. ‘서편제’ 등 7편의 영화가 상영됐고 ‘칠수와 만수’의 안성기와 박중훈, ‘결혼이야기’의 심혜진 등이 관객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국내에 이 같은 자동차 극장이 본격적으로 들어선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1998년에는 서울 남산을 비롯해 경북 경주, 경기 용인·안산·장흥·양평, 부산 강원 강릉 등에 자동차 극장이 문을 열고 관객을 맞았다. 이 가운데 경주 보문극장은 1995년 아시아 최대 규모인 2만3140여m2(7000평) 부지에서 문을 열기도 했다.

눈길을 모으는 것은 특히 서울 인근 경기 지역에 자동차 극장이 많았다는 점이다. 자동차 보급대수가 크게 늘어나고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가족단위로 여가를 즐기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에도 자동차 극장은 서울과 경기 지역 등 전국에 수십여곳이 관객을 맞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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