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정범모 힘내!… 처음은 아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3일 05시 45분


한화 포수 정범모. 스포츠동아DB
한화 포수 정범모. 스포츠동아DB
■ 정범모 사건으로 본 역대 ‘성급한 세리머니’ 해프닝

낫아웃인데 관중석에 공 던져버린 김영진
두 팔 벌린 선동열…알고보니 끝내기 홈런
전준우, 오른팔 치켜들었지만 플라이 아웃

한화 포수 정범모가 ‘역대급 본헤드 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21일 잠실 LG전 0-2로 뒤진 5회말 2사 만루 위기. 정범모는 이진영 타석 때 볼카운트 3B-2S서 6구째 바깥쪽 직구를 스스로 스트라이크라고 확신하면서 공을 1루수에게 던져주고 덕아웃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밀어내기 볼넷으로 3루주자 오지환은 물론 2루주자 정성훈마저 득점하면서 경기 흐름은 순식간에 LG 쪽으로 기울었다. 지레짐작과 성급한 세리머니가 불러온 재앙이었다. 프로야구 역사에서 ‘성급해서 민망했던’ 세리머니를 포수, 투수, 타자의 사례로 추려봤다.

● 김영진의 관중석 공 투척 세리머니

1997년 8월 23일 대구구장. 더블헤더 제1경기에서 삼성이 4-1로 앞선 가운데 쌍방울의 9회초 마지막 공격이 이어졌다. 2사 1·2루 볼카운트 1B-2S. 삼성 마무리투수 김태한의 4구째 원바운드 볼을 타자 장재중이 헛스윙했다. 그런데 삼성 포수 김영진은 경기가 끝난 것으로 착각해 공을 관중석에 던져 버렸다. 장재중 역시 삼진으로 판단하고 힘없이 덕아웃으로 향하던 순간, 매의 눈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던 쌍방울 김성근 감독이 장재중에게 1루로 달려가라고 지시한 뒤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주심에게 ‘스트라이크아웃낫아웃’이라고 어필했다. 심판진은 4심 합의를 한 뒤 결국 경기 재개를 선언했다. 그런데 쌍방울이 힘을 내면서 6-4로 역전승을 거두고 말았다. 김영진이 기분을 내더라도, 차라리 정범모처럼 1루수에게 공을 던졌더라면….

● 선동열의 만세 미수 사건

1994년 9월 8일 잠실 해태-LG전. 해태 마무리투수 선동열은 5-4로 앞선 9회말 1사 후 노찬엽과 허문회에게 연속 3루타를 맞고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떡해서든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가야 하는 상황. 타석에는 당시 방위병으로 동원훈련에 참가한 김동수 대신 백업포수 김정민. 초구를 공략한 타구는 왼쪽 하늘 위로 떴다. 선동열은 플라이아웃이라 짐작하고 두 팔을 하늘 높이 들어 야수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런데 아뿔싸. 타구는 슬금슬금 좌익수 뒤로 가더니 담장을 살짝 넘어가버렸다. 끝내기 2점홈런. 선동열 전 KIA 감독에게 ‘현역 시절 부끄러웠던 순간’을 물으면 성급했던 이 순간을 떠올리곤 한다. 그는 “그나마 다행히도 TV 중계 카메라나 관중의 시선이 모두 타구를 따라가 나를 주목하지 않았다”며 웃는다. 그가 KBO리그 11년간 활약하며 내준 홈런은 28개뿐. 이 홈런은 그의 27번째 홈런이자 생애 유일한 끝내기 홈런 허용으로 기록돼 있다.

● 월드스타로 등극한 전준우

타자 중에선 롯데 전준우가 성급했던 홈런 세리머니의 대표주자다. 2013년 5월 15일 사직 NC전. 4-6으로 끌려가던 9회말 1사 2루서 상대 투수 이민호의 초구를 통타했다. 맞는 순간 동점 홈런이라고 판단한 전준우는 방망이를 던진 뒤 오른팔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오른손 검지로 1루 쪽 롯데 덕아웃의 동료들을 가리키며 세리머니를 했다. 그러나 강한 맞바람에 타구는 좌익수 플라이. 전준우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이 장면은 미국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전준우는 ‘월드스타’로 등극했다. CBS스포츠는 ‘홈런 세리머니의 주의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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