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KISS 조사연구기능을 이관? 체육 발전 브레이크 걸린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3일 05시 45분


■ 이용식 가톨릭관동대 교수

정부가 공공기관 기능 조정의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모든 조사연구 기능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한국스포츠개발원(KISS·구 한국체육과학연구원)의 조사연구 기능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으로 이관한다는 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KISS는 1980년 12월 스포츠과학연구소라는 명칭으로 설치된 연구기관으로, 주로 국가대표 경기력 지원, 엘리트체육 육성 등의 업무를 맡다가 1988서울올림픽 개최 이후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생활체육 활성화, 정책연구 및 개발을 위해 한국체육과학연구원으로 개칭하며 정책연구 기능을 확대했다. 2014년에는 스포츠산업 정책 개발과 사업 확대를 위해 한국스포츠개발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KISS의 지나온 역사를 보면 스포츠과학·체육정책·스포츠산업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며 연구심화·현장적용·스포츠산업화를 지향해왔다. 예를 들면 체육정책연구의 순수 정책학이나 사회학적 시각 또는 체육정책연구 이상으로 체육현장과 연계된 스포츠과학(이학), 산업(공학) 응용연구도 활발하다. KISS에서 조사연구 기능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으로 이관할 경우 체육현장과 연계된 연구들은 전문성을 상실하게 된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국립체육과학연구기관은 경기력의 국제적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연·사회·공학과학이 통합돼 운영되고 있다. 중국국가체육연구소(CISS)도 정책연구 기능은 체육사회과학연구센터가 담당하며 전문체육연구센터, 생활체육연구센터, 체육기자재연구센터, 종합측정 및 실험센터 등과 함께 체육관련 연구기능을 통합 운영한다. 스포츠과학 지원, 지도자 양성, 생활체육 지원, 스포츠장비 개발, 스포츠정보, 국제관계, 스포츠의학 등 체육 관련 기능을 통합한 프랑스국립체육연구소(INSEP)도 마찬가지다.

KISS의 조사연구 기능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으로 이관하는 것은 실정법 위반 측면도 있다. KISS는 국민체육진흥법 제36조 제1항 제4호(체육과학의 연구)에 따라 설치한 연구기관으로, 조사연구 기능 이관 시 현 KISS 존립 근거가 상실될 수 있다. 스포츠과학 기능과 스포츠산업 기능에서 사업분야만 남은 한국스포츠개발원은 국내 유일의 체육종합연구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상실하게 될 것이며, 35년간 한국체육 발전(2012런던올림픽 5위·2010밴쿠버동계올림픽 4위 등)을 견인한 연구기관의 핵심기능 이관을 체육계 그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현재의 한국문화관광연구원도 과거 문화와 관광의 연구원이 분리돼 있다가 2002년 12월 통합됐다. 2014년 연구실적 51건 중 공통연구는 불과 2건뿐이며, 관광정책 부문은 꾸준히 분리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와 관광에 체육까지 합해진다면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보다는 조직 이질감 심화, 공통연구 분위기 증가에 따른 체육정책연구 집중도 하락, 문화관광연구원의 정체성 모호에 따른 체육현장의 연구협조 감소 등이 우려된다.

KISS 조사연구 기능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으로의 이관 의도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오히려 선진국의 사례를 토대로 볼 때 KISS의 체육정책 기능과 스포츠과학연구 기능. 그리고 스포츠산업연구 및 사업 기능이 더욱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을 실어줘야 한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3년 앞둔 시점을 고려하더라도 종합적 연구와 현장 적용이 절실한 상황임을 잊어선 안 된다.

이용식 가톨릭관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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