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 “역세권 우체국 재개발로 수익창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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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량 급감위기 돌파구 모색

#장면1. 우체국의 변신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에 있는 광화문우체국은 지난해 9월 1층의 절반을 민간 커피사업자에게 임대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상징적 공간을 ‘업자’에게 내준다는 데 자존심이 상했지만 결국 처절한 변화를 선택했다.

#장면2. 집배원의 변신

경남 의령우체국에서 근무하는 강신괴 집배원은 올 1월 자신의 관할 마을에서 치매를 앓던 심모 할머니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체 없이 수색에 나섰다. 평소 심 할머니를 유심히 봐 왔던 강 집배원은 집에서 3km쯤 떨어진 곳에서 할머니를 발견해 가족에게 인도했다.

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사진)은 현재 우정사업본부가 유래 없는 위기에 봉착했지만 두 가지 변신 사례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체국을 민간 사업자와 함께 변신시키고, 집배원을 복지 첨병으로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의 위기는 우편량 급감이 원인이다. 지난달 국내 우편량은 3억5200만 통으로 2012년 3월 4억1300만 통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평소 우편량이 줄더라도 대통령선거 같은 큰 선거가 있으면 공보물, 선거안내문 발송 등으로 보전이 가능하지만 올해는 대형 선거도 없다.

김 본부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884년 우정총국 설립 이래 우정사업본부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131년 만에 처음으로 올 1월 우정사업본부가 기업 대상 투자설명회를 개최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자설명회 이후 우정사업본부에는 70여 건의 크고 작은 업무제휴 요청이 들어왔다. 도심의 우체국을 호텔이나 업무공간으로 재개발하는 대형 사업부터 우체국 일부에 커피숍을 만드는 사업 제안까지 다양했다.

김 본부장은 “우정사업본부의 가장 큰 자산은 전국 3500여 개 우체국”이라면서 “특히 수도권에서 역세권 주변에 있는 우체국을 민간 사업자와 같이 재개발하면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체국의 변신과 더불어 집배원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도 김 본부장이 추진하는 역점 사업이다. 산골 오지라도 늘 찾아가는 집배원의 특성을 활용해 자칫 소홀할 수 있는 농어촌 지역 주민들에게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농어촌 지역 집배원의 역할은 단순히 우편물 배달원을 넘어서 ‘마을 지킴이’로 확대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알뜰폰과 온라인 쇼핑몰도 우정사업본부의 위기 탈출구”라고 설명했다. 우정사업본부의 대표적인 신사업인 알뜰폰 사업은 2013년 9월 판매를 시작한 이래 가입자가 2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 각지에 있는 우체국만 찾아가면 알뜰폰 가입이 가능하다.

온라인 쇼핑몰인 우체국 쇼핑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 인터넷 쇼핑과 달리 정부에서 보증하고 판매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우체국의 변신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민간과 협력해 다양한 사업을 펼쳐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우편#역세권#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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