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재인 대표, 국정공백 채우는 리더십 발휘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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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어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최측근들이 개입된 헌정사상 초유의 권력형 비리 게이트에 대해 즉시 외국에서라도 사과해야 한다”며 검찰의 엄정하고 중립적인 수사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수사는 검찰이 하는 것이다. 국민 사이에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을 두 번이나 사면해준 야권은 과연 성완종 게이트에서 자유로우냐는 시각도 있다. 이완구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만큼 이제는 정치권이 검찰 수사를 지켜보며 할 일을 해야 한다.

그중에 하나가 공무원연금 개혁법안이다. 여야는 5월 2일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그제부터 “6월 국회에서 처리”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공무원노조가 무서워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의 ‘청와대 약속’을 파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역시 청와대 회동에서 ‘보건·의료 제외 처리’로 의견을 모았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9개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꽉 막힌 국회를 풀기 위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의 ‘2+2 회동’을 제안했는데도 새정치연합이 “친박 비리 게이트의 국면전환용에 불과하다”며 거부한 것은 실망스럽다. 새정치연합은 인사청문회를 거친 지 16일이나 지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인준 표결 절차를 거부해 대법관 공백 사태를 66일째 지루하게 끌고 가는 상황이다. 국정 공백, 대법원 공백으로도 모자라 국회 공백까지 야기하는 정당을 수권 자격이 있는 정당이라 하기는 어렵다.

행정부가 흔들리면 국회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여권이 어수선하니 문재인 대표라도 입법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이끌어 국정을 추스르는 데 도움을 준다면 국민은 박수를 칠 것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국정 공백을 증폭시켜 4·29 재·보선에 이용하겠다는 정략적인 모습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아서야 문 대표가 외치는 ‘유능한 경제정당’의 구호를 신뢰할 수 없다. 지금 같은 국정의 혼돈기야말로 문 대표가 성숙한 리더십을 지녔는지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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