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인 하이브리드車 쏟아지는데… 정책은 역주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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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L당 47.6km연비인 i8… 국내 기준 없어 L당 13.9km로
정부, 4월 규정 마련해 재인증… 100만원인 보조금도 뒤늦게 손질
이동형충전기는 시범운영 기약없어

최근 경기 고양시 한류월드로 킨텍스에서 열린 ‘2015 서울모터쇼’에서 관람객들이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를 살펴보고 있다(위쪽 사진). BMW코리아는 위로 젖혀져 열리는 시저 도어가 특징인 PHEV 스포츠카 
‘i8’을 선보였다. 현대자동차·BMW코리아 제공
최근 경기 고양시 한류월드로 킨텍스에서 열린 ‘2015 서울모터쇼’에서 관람객들이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를 살펴보고 있다(위쪽 사진). BMW코리아는 위로 젖혀져 열리는 시저 도어가 특징인 PHEV 스포츠카 ‘i8’을 선보였다. 현대자동차·BMW코리아 제공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가 쏟아지는 가운데 연료소비효율(연비)과 보조금에 대한 규정이 미비하고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소비자 불편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유럽 업체들이 PHEV로 중국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테스트베드가 돼야 할 국내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까지 국내에 선보인 PHEV는 BMW ‘i8’과 포르셰 ‘카이엔 S E 하이브리드’ ‘파나메라 S E 하이브리드’ ‘918스파이더’다. 6월 현대차 ‘쏘나타 PHEV’가 나오고 연내 아우디 ‘A3 스포트백 e-트론’,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PHEV’, 내년 폴크스바겐 ‘골프 GTE’가 선보일 계획이다.

○ 뒤늦게 연비 규정 마련


BMW코리아와 포르쉐코리아가 지난달 선보인 i8과 카이엔 S E 하이브리드 연비는 각각 L당 13.9km, 7.2km다. 반면 i8의 유럽 연비는 L당 47.6km, 카이엔은 L당 28.5km다.

연비 차이가 나는 이유는 국내에 PHEV 연비 측정 기준이 뒤늦게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공동고시를 통해 PHEV 연비를 측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측정 방법을 정하지 않아 두 차량은 하이브리드차 방식으로 연비 인증을 받았다. 정부는 이달에서야 전기차 모드와 하이브리드 모드에서 도심 연비 55%, 고속도로 연비 45%를 반영하기로 하는 등의 측정 방법을 포함해 고시를 개정했다.

최근 BMW코리아가 i8의 연비 인증 작업을 다시 시작해 이르면 다음 달 ‘진짜’ 연비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르쉐코리아는 연말 재인증을 마칠 계획이다.

○ 보조금 규정 없어

PHEV 구매 시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은 하이브리드차와 동일한 100만 원이다. PHEV만을 위한 보조금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같은 차종을 기준으로 PHEV가 하이브리드차보다 1000만 원 이상 비쌀 수밖에 없는데 저유가 시대에 누가 100만 원 받고 PHEV를 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PHEV 보조금 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며 정부안이 8월 말경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액은 500만 원 선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배터리만으로 50km 이상 달릴 수 있는 PHEV에 보조금 3만2000위안(약 544만 원)을 지급하고 취득세를 10% 감면해 준다. 일부 도시는 대기오염을 우려해 번호판 발급에 제한을 두고 있지만 PHEV는 예외다. 미국은 배터리 용량에 따라 2500∼7500달러(약 270만∼810만 원) 세액을 감면해 준다.

그나마 국내에서 보조금은 쏘나타 PHEV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조금을 받으려면 내연기관이 저공해차 기준에 부합해야 하는데, i8과 카이엔 S E 하이브리드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 220V 플러그에 꽂으면 요금 폭탄

PHEV는 순수 전기차와 달리 완속 충전만 가능하다. 또 PHEV는 배터리가 방전돼도 엔진으로 구동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충전기를 지원해주지 않는다. 구매자가 원하면 약 600만 원을 들여 충전기를 살 수 있지만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충전기를 설치하려면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해 쉽지 않다. 그러나 현재 공공 완속 충전기는 없다.

PHEV는 배터리 용량이 순수 전기차의 4분의 1 수준이어서 충전 케이블을 일반 220V 플러그에 꽂아도 약 4시간이면 완전히 충전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플러그에 꽂으면 전기차 전용요금을 적용받지 못해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된다. 그렇다고 아파트나 상가 주차장에 있는 공공 플러그로 충전을 하면 전기를 도둑질하는 셈이 된다.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이동형 충전기를 내년부터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국내 중소기업 파워큐브가 독일 부품업체 보쉬와 함께 이동형 충전 케이블을 개발해 2월 정부 승인을 받았다. 전자태그(RFID)가 붙어있는 일반 플러그에 충전 케이블을 꽂으면 전기차 전용요금이 사용자에게 별도 부과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이 상용화되면 별도 충전기 설치 없이 기존 플러그에 RFID만 부착하면 된다. 그러나 현재 시범운영 일정이 잡히지도 않았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한 번에 수십 대를 충전할 경우 전력 용량이 초과될 수 있고, 전기요금이 제대로 추려져 부과되는지 검증되지 않아 적용하기 부담스럽다”며 “조만간 시범 운영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


가정용 전기나 외부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 충전한 전기로 주행하다가 배터리가 소진되면 가솔린 엔진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로 하이브리드차처럼 가솔린 엔진과 배터리의 동력을 동시에 이용한다. 하이브리드차와 순수 전기차의 중간 단계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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