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들 “우문매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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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타개 새 매장 전략
롯데百, 지역맞춤형 매장 탈바꿈, 부산서면점 증축… 본점도 검토
현대-신세계百은 대형몰 추진

올해 취임 1년을 맞은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 롯데백화점은 이 대표의 지시로 주요 점포의 매장을 지역별 맞춤형 상품기획(MD)으로 확 바꿨다. 롯데백화점 제공
올해 취임 1년을 맞은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 롯데백화점은 이 대표의 지시로 주요 점포의 매장을 지역별 맞춤형 상품기획(MD)으로 확 바꿨다. 롯데백화점 제공
“고객을 다시 알아야겠다.”

지난해 4월 롯데백화점 대표로 부임한 이원준 대표가 상품본부 임원들에게 주문한 첫 번째 일은 고객 분석이었다. 점포 고객이 뭘 원하는지 처음부터 다시 ‘고객관계관리(CRM)’와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1년 후 롯데백화점은 서울 본점과 분당점, 미아점의 매장을 확 바꿨다. 지역별 소비자 분석 결과에 따라 ‘맞춤형’ 매장을 설계하라는 이 대표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10년 이상 하향세를 걸어온 일본 백화점 중 이세탄 도쿄 본점이 유일하게 2013년 리뉴얼 후 매출이 오른 사례를 참고한 지시였다. 이 대표는 “각 점포를 비슷하게 바꿔서는 안 된다”며 “그 점포를 찾는 소비자를 알고, 이들이 원하는 대로 맞춤형 상품기획(MD)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역별 ‘맞춤형’ 머천다이징(MD) 시대

이 대표가 꺼낸 고객 분석과 맞춤형 MD 카드는 백화점 매출의 하향세에 따른 것이다. 특히 탄탄한 소비층, ‘패션피플’이 백화점을 떠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크다. 이에 이 대표는 올 초 기존 상품본부에 있던 일종의 실험적인 전략 부서인 ‘MD전략담당’을 ‘부문’으로 승격시켜 사장 직속 조직으로 옮겼다. 외부 분석 기관에 의뢰해 고객 분류 기준을 10개에서 26개 단위로 확장하며 각 점포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유형도 만들었다.

그 결과, 서울 본점은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가 많다는 결론이 났다. ‘내국인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20%를 넘지만 이들도 결국 세련된 한국인의 취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이달 본점에 처음 선보인 게 브랜드 간 경계를 허문 보더리스(boderless) 매장.

송정호 MD전략부문장은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떨어지고 있다. 숍매니저가 권해주는 옷을 사는 것보다 이것저것 섞어서 자기가 연출하길 원하고 있었다”며 “그래서 패션, 식품, 생활용품 등을 한 층에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보더리스 매장을 도입하는 등 MD를 확 바꿨다”고 말했다.

경기 분당점은 중장년층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층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났다. 그래서 이달 10일 백화점 1층에 155m²(약 47평) 규모의 ‘폴 바셋’ 카페를 열며 1층의 얼굴을 바꿨다. 송 부문장은 “강남과 분당 상권 소비자들은 국내 핸드백은 잘 안 사더라”며 “핸드백 매장을 줄이고, 대신 1150m²(약 350평) 규모의 대형 구두 편집매장을 들여왔다”고 말했다.

○ “백화점을 대형 몰로”

롯데백화점 MD전략부문의 다음 타깃은 증축이 예정된 점포들이다. 지난달 말 부산 서면점 증축안이 부산시의 허가를 받아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다. 이 점포가 생긴 지 20년 만이다. 백화점 후문 부지에 지상 9층(판매시설)과 6층(주차시설) 규모의 건물이 새로 생긴다. 대구점도 증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 본점도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주력 점포의 면적을 늘려 ‘대형 몰’로 변화시키려는 전략은 롯데뿐만 아니라 현대와 신세계백화점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주말에 아웃도어 활동 대신 대형 몰을 택하도록 놀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신세계도 부산점과 강남점 증축을 시행하고 있고, 현대백화점은 천호점을 증축 중이다. 현대백화점이 올해 8월에 낼 판교점은 8만7780m²(약 2만6600평)로 기존 현대백화점 점포 중 가장 크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백화점#롯데#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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