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벽운용지도’등 경찰문서 시위대에 유출돼 페북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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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회의 “세월호 집회 때 주워”… 경찰 “예고된 행사 사전대비용”
집회 작전계획 허술한 관리 도마에

21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경찰 문건 가운데 하나. 18일 열린 세월호 범국민대회와 관련해 경찰의 대응계획이 상세히 담겨 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웹사이트
21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경찰 문건 가운데 하나. 18일 열린 세월호 범국민대회와 관련해 경찰의 대응계획이 상세히 담겨 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웹사이트
18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세월호 범국민대회 현장에서 구체적인 집회 대응 계획이 담긴 경찰 내부 자료가 유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현장에 흘리고 간 것을 집회 참가자가 주워서 보내 준 것”이라며 문건 원본을 배포하고 자체 홈페이지 등에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문건은 ‘4·18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문화제 차벽(車壁) 및 안전펜스 운용’ 지도와 ‘경력 운용 계획’ 등 2건이다.

차벽 및 안전펜스 운용 지도에는 집회 당일 경찰버스를 몇 대씩 어디에 배치할지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경력 운용 계획에는 경찰 인력 운용과 불법 행위 차단 등 조치 방안이 담겨 있다. 문건에는 ‘보안’이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앞서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연합해 만든 4·16연대도 20일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에 해당 문건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들은 “경찰이 애초에 ‘문화제’를 차벽으로 막으려 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 자료”라며 “경찰버스는 인원 수송용이 아니라 ‘차벽용’이다”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두 문건이 자체적으로 작성한 자료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국민대책회의가 11, 16일 도로를 불법 점거해 시위를 벌였고 18일엔 (100m 반경 이내 집회시위 금지 구역인) 청와대까지 인간 띠 잇기 행사를 하겠다고 예고해 사전에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처음 광화문광장 분향소 근처에 배치한 경찰버스는 3대에 불과했고 시위대가 도로에 뛰어든 뒤 경찰버스를 보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 안팎에서는 민감한 집회 작전계획이 집회 현장에서 유출된 것을 놓고 보안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해당 문건이 어떻게 유출됐는지 조사 중이나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며 “집회 현장에서 보안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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