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교수에 막말’ 논란… 모든 직책 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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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학과제 폐지안 놓고 갈등
재단 이사장-두산중공업 회장 대한체육회 명예회장직도 내놔

중앙대 재단 이사장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75)이 21일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어난 논란에 책임을 지고 중앙대 재단 이사장, 두산중공업 회장,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등 모든 공식 직책에서 물러났다. 이날 본보 등에서 보도한 학생 사칭 현수막 게재, 교수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막말 논란 등이 이슈가 되자 전격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박범훈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박 이사장 소환 조사가 임박한 점도 작용한 듯하다.

박 이사장은 이날 오후 ‘입장 자료’를 통해 “대학 당국과 함께 중앙대 발전을 위해 학사구조 선진화 방안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이 과정에서 논란과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이 전격 퇴진을 선언하면서 2008년 두산그룹에 인수된 이후 중앙대에서 진행된 대학 구조개혁 실험이 표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이사장은 2008년 6월 취임식 때부터 “‘중앙대’라는 이름만 빼고 모든 것을 바꿔 나가자”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그는 취임 2개월 만에 총장 직선제 폐지, 교수 성과급 연봉제 도입을 발표했고 2013년 비교민속학과 등 4개 비인기 학과를 폐지했다.

올 2월 학과제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하는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 발표는 학내 갈등 폭발의 도화선이 됐다. 학생과 교수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맞섰고 타 대학 학생회, 교수 사회의 지지 선언도 이어졌다. 이에 대학 측은 지난달 24일 학과 유지 방침을 발표하는 등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박 이사장이 재단 임원에게 보낸 e메일에 학생을 사칭해 구조조정 찬성 현수막을 내걸게 하거나 “(반대 교수의) 목을 쳐주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사실이 21일 보도되면서 도덕성 문제까지 불거졌다.

또 이 대학 미디어센터장인 A 씨가 지난달 15일 박 이사장 등에게 ‘중대신문에 실릴 예정이었던 B 교수의 기고문을 빼고 구조개혁 관련 기획기사를 다음 호로 미루게 했다’는 내용을 e메일로 보고한 사실도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해당 기고문과 기사는 중앙대 구조개혁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이사장은 “총장이 발행인인 중대신문의 기본 논조는 학교를 대변해야 한다”며 “원칙에 반하는 편집 방향으로 1회라도 발행하면 그날로 중대신문은 폐간하는 날”이라는 내용의 e메일을 재단 임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A 센터장은 “편집인으로서 글의 균형성, 비난 정도를 문제 삼은 것일 뿐 구조개혁에 비판적이라고 글을 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 이사장의 사퇴 발표 뒤 이용구 중앙대 총장은 학내 커뮤니티 중앙인(人)에 “저도 총장으로서 학교가 한시라도 빨리 정상화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며 정리가 되는 대로 이 모든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글을 올렸다. 중앙대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이사장 사퇴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다. 교수비대위는 22일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강홍구 windup@donga.com·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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