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금융인맥 ‘성완종 특혜 의혹’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李총리 사의표명 이후]
경남기업 워크아웃 당시 금감원 최수현-조영제-김진수씨 등 포진
금융권 “자금지원 압박 강했다”… ‘최다 대출’ 수출입은행장도 충청

고 성완종 회장이 경남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광범위한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금융인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의 초고층빌딩 ‘랜드마크 72’의 매각 지연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던 경남기업은 2013년 10월 말 3차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곧바로 워크아웃에 동의한 채권단은 2014년 2월 6300억 원대 신규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대다수 워크아웃 기업에 뒤따르는 대주주의 보유 지분 축소(감자·減資)는 없었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수없는 워크아웃을 지켜봐 왔지만 워크아웃의 ‘기본’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지원”이라고 털어놨다.

공교롭게도 당시 금융감독 당국과 채권단의 요직은 성 회장 출신 지역인 충청권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2013년 11월 기준 금융감독원의 수장은 충남 예산 출신인 최수현 원장이었다. 그 아래 은행담당 부원장은 충북 충주 출신인 조영제 부원장, 기업구조조정 실무를 총괄하는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장은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김진수 국장이 맡고 있었다. 실무를 맡은 최모 팀장도 충청도 출신이었다. ‘원장-부원장-국장-팀장’으로 이어지는 경남기업 워크아웃과 관련한 의사결정 라인이 모두 충청권 인사로 채워져 있던 셈이다.

특히 김 전 국장은 채권단을 직접 접촉하며 경남기업에 유리한 자금지원을 이끌어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당시 김 전 국장의 추가 대출 압박이 강하게 이어져 은행 여신담당자들이 곤욕을 치렀다”고 전했다. 김 전 국장은 2014년 4월 부원장보로 승진했다가 올해 1월 퇴직했다.

이 밖에 채권액이 5200억 원에 달하는 등 은행권에서 경남기업에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준 수출입은행 역시 충남 보령시 출신인 김용환 전 행장이 이끌고 있었다.

또 성 회장이 남긴 다이어리에는 워크아웃 전인 2013년 9월 김진수 전 국장과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을 만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성 회장이 금융권 인사들과 어떤 관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이 경남기업에 자금지원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의혹은 계속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신민기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