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세금에 지친 자여, 유럽 신생국 리베르랜드로 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1일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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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세금, 정치인과 공무원의 간섭에 지친 시민들, 신생국가 리베르랜드(Liberland)로 오라!”

남동부 유럽의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사이에 있는 다뉴브 강 서쪽 연안에 ‘리베르랜드’라는 신생국이 13일 독립을 선포됐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북서쪽으로 160km 떨어진 이곳의 면적은 한국 난지도(3.4㎢)의 두 배가량인 7㎢.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의 영토분쟁 탓에 지난 24년간 아무도 살지 않는 곳으로 방치돼왔다.

체코의 반(反) 유로, 자유주의 정당인 ‘자유시민당’ 당원인 비트 예들례카(31)는 무인 지대에 제3자가 국가를 세울 수 있다는 국제법을 근거로 이곳을 신생독립국이자 ‘조세피난처’로 일방 선포했다. 리베르랜드가 주변국으로부터 국가로 공인받으면, 바티칸공국과 모나코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로 작은 나라가 된다.

예들례카는 웹사이트(liberland.org)를 개설하고, 국기와 문장도 마련해 게시하면서 후원금과 함께 국민을 모집하고 있다. 국가 체제는 직접 민주주의 형태로 하되 나치즘과 공산주의 등 극단주의를 배격한다는 것을 국시로 삼을 예정이다. 국가의 모토는 ‘살고 살리고’(to live and let live)로 정했다. 공식 언어는 체코어와 영어다.

그가 내세운 리베르랜드의 국민의 자격은 다음과 같다. “인종, 민족, 종교를 초월해 타인의 생각을 존중해야 하고 사유재산을 존중해야 한다. 공산주의나 나치즘과 같은 극단주의론자가 아니어야 하고 과거에도 이러한 활동을 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범죄기록도 있으면 안된다.”

대통령을 자임한 예들레카는 정치인의 권력을 최대한 제한하는 초소형 국민체(micronation)의 이상을 밝힌 헌법 초안도 곧 공개할 예정이다. 이 나라의 국민통화는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이다. 중앙에서 통제하는 기관 없이 분권화된 방식으로 거래되는 비트코인은 이런 초소형 국민체에서 단연 주목받는 화폐다. 에너지도 태양광 패널을 통해 자급할 예정이다.

예들레카는 “우리는 정부가 항상 불만스러웠다”며 “정부는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앗아 보조금이라는 시스템으로 집권층에게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는 집권층의 지휘아래 있기 때문에 투표로 이를 바꿀 순 없다”며 “그래서 임자 없는 땅에 리베르랜드를 설립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를 일방적으로 선포한 적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 지난해에는 미국인 예리미야 히톤이 딸의 ‘공주 꿈’을 이루기 위해 아프리카 이집트와 수단 국경지대에 ‘북수단 왕국’을 선포했다. 국제법상 무주지(無主地)인 홍해연안의 약 2,000㎢에 이르는 사막지역인 비르 타왈(Bir Tawal)에 세운 나라다. 또한 영국인 로이 베이츠가 1967년부터 영국의 해안가에 2차대전 당시 요새 위에 세운 ‘씨랜드 공국’을 선포하고 2012년 사망할 때까지 다스린 적도 있다.

예들레카는 “결코 희화화하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며, 진지하게 나라를 건설하고 있다”며 “인터넷을 통해 국민을 모집하고 있으며 공식 인정을 받기 위해 주변국을 상대로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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