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은행 환전실수로 10배 금액 받아간 고객 궁지 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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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속 지폐사진 복원돼
경찰 “횡령혐의 입증할 증거 확보”… 고객 “지인 금고 속 돈 촬영한 것”

환전 청구금액의 10배인 싱가포르달러를 받아 간 뒤 돈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한 고객이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싱가포르달러 사진으로 인해 궁지에 몰렸다. 정보기술(IT) 업체 대표 이모 씨(51)는 지난달 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은행에서 현금 486만 원을 6000싱가포르달러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창구 직원이 실수로 주황색 100달러짜리 지폐 60장 대신 보라색 1000달러짜리 지폐 60장(6만 싱가포르달러)을 건네자 이를 가로챈 혐의(횡령)를 받고 있다. 당시 이 씨는 “은행에서 돈을 받은 뒤 액수를 확인하지 않고 가방에 넣어 1000달러짜리 지폐를 받았다는 것을 몰랐고 돈도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씨가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하기 때문에 돈의 색상을 구분할 수 있었다고 본 은행은 이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삭제된 사진 및 동영상을 복원한 뒤 횡령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에 따르면 이 씨 휴대전화에 1000달러짜리 지폐가 봉투에 담긴 사진과 수십 장의 1000달러를 부챗살 모양으로 펼쳐 보이는 동영상이 있었다. 이 씨는 20일 “경찰이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22일쯤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씨는 경찰이 증거로 제시한 지폐는 자신이 은행 측으로부터 받은 돈이 아니라 지인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지난달 19일 싱가포르의 한 호텔에서 지인을 만나 그가 호텔방 개인금고에 보관하던 싱가포르 돈을 보고 호기심에 촬영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내가 환전 사건에 연루된 것이 기억나 (사진과 동영상을) 삭제했다. 돈이 담긴 봉투도 환전한 은행의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명예 회복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경찰 조사 내용을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 것은 맞지만 영장 신청 여부 등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정윤철 trigger@donga.com·박성진 기자
#환전#은행#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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