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박한이 “14년 꾸준함 비결? 타고난 몸 덕분이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1일 05시 45분


삼성 베테랑 박한이는 꾸준함의 대명사다. 데뷔 첫 해부터 단 한 시즌도 빼놓지 않고 줄곧 주전으로 뛰고, 매년 제 몫을 해주고도 저평가 받았던 그가 요즘에야 노고를 인정받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베테랑 박한이는 꾸준함의 대명사다. 데뷔 첫 해부터 단 한 시즌도 빼놓지 않고 줄곧 주전으로 뛰고, 매년 제 몫을 해주고도 저평가 받았던 그가 요즘에야 노고를 인정받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성실맨’ 삼성 박한이

14년 연속 100안타, 그리고 100경기 출장. 새삼 경이로운 숫자들이다. 삼성 베테랑 외야수 박한이(36)가 요즘 재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데뷔 첫 해부터 단 한 시즌도 빼놓지 않고 줄곧 주전으로 뛰었고, 매년 제 몫을 해주는 호타준족의 외야수. 삼성 류중일 감독이 “박한이야말로 정말 꾸준하게 잘해주는 선수 아닌가. 저런 선수 한 명이 있으면 감독도 정말 든든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다.

14년 연속 100안타·100경기 출전 대기록
2011년 부상때 유일하게 개막엔트리 빠져

슬럼프? 전광판 안보고 마음 비우면 탈출
가을사나이? 큰 경기 긴장 덜 하는 스타일
은퇴전까지 주전선수·2000안타 도전 희망

투지도 여전히 압도적이다. 박한이는 18일 대구 kt전에서 2-1로 간신히 앞선 8회초 2사 1루 수비 때 펜스까지 날아온 kt 박경수의 큼직한 타구를 점핑 캐치해 동점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오른쪽 옆구리를 펜스에 강하게 부딪쳤고, 심한 통증을 호소해 앰뷸런스에 실려 나갔다. 다행히 정밀검진 결과는 단순 타박상. 류 감독은 “통증이 남았다고 해서 열흘간 엔트리에서 뺄까 생각도 했지만, 스스로 이틀 정도 쉬면 뛸 수 있다고 하니 지켜보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웬만하면 뛰고, 웬만하지 않아도 참고 뛰는 박한이. 그런 우직함과 성실함이 지난 14년을 만들었고, 더 단단한 15번째 시즌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야구계에서 ‘꾸준함의 상징’으로 통하고 있어요.

“사실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꾸준함이라는 건, 일단 아프지 않고 어느 정도 성적을 내야 하는 거잖아요. 가장 중요한 건 그만큼 감독님이 믿어주시니까 보답을 해드리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거고요. 이제 프로 와서 14년 넘게 지나니까 제가 그런 말도 듣네요. 이런 상황 자체가 정말 감사하죠.”

-데뷔 후 14년 동안 매년 100경기 넘게 출장하고 100안타 넘게 쳤어요. 어느 쪽에 더 애착이 가나요?

“둘 다 좋아요. 그만큼 내가 안 아프고 오래 뛰었기 때문에 100경기 출장과 100안타가 동시에 찾아왔던 거고, 그래서 둘 다 소중해요. 앞으로도 최대한 안 아프고 뛰고 싶어요. 물론 훈련 때는 매일 ‘힘들다, 못 하겠다’ 얘기하지만요.(웃음)”

-고참인데도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시범경기까지 한 경기도 안 빠지고 다 뛰었어요.

“그렇죠. 저도 못 뛴다는 얘기도 하고 빼달라는 얘기도 하지만, 선발출장에서는 안 빠지게 되더라고요. 사실 이제 적응이 다 됐어요. 계속 그렇게 안 하면 좀 나태해지기도 할 것 같아서요. 저는 경기 많이 나가는 것에 불만을 갖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 기회들도 사실 다 좋아요.”

-지금까지 큰 부상이 없었던 비결이 있을까요?

“많이들 물으시는데, 아무래도 몸을 타고난 게 크지 않을까요? 사실 저 같은 경우는 특별히 관리하는 게 없어요. 보양식 같은 건 원래 싫어하고, 어릴 때부터 그냥 잔병치레가 별로 없었어요. 가장 크게 다쳐본 게 2011년에 햄스트링이 찢어진 거예요. 14년 가운데 유일하게 그때 개막 엔트리에 등록되지 못한 것 같아요.”

-정말 대단하네요.

“그냥 몸이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조금 아프더라도 내색 안 하고 하려는 마음은 있어요. 정말 아플 때는 저도 얘기하겠지만, 일단 경기 때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해볼 수 있는 데까지 다 해보려고 해요. 그래도 정 안 되면 그때 ‘빠져도 되겠냐’고 말씀드리고요.”

-몸 관리 비법을 샅샅이 파헤치려고 했는데 아쉽네요.

“아, 하나 있다면 아내가 집에서 홍삼 같은 거 챙겨주고, 보약을 집에서 매일 달여줘요. 예전에는 경기 끝나고 가면 마사지도 해줬는데, 애기 태어나고 나서는 잘 안 해주더라고요.(웃음)”

-14년 야구하는 동안 가장 큰 위기는 언제였죠?

“2011년이 가장 힘들었어요. 야구가 너무 안 돼서. 초반에 잘 맞은 타구들이 야수 정면으로 가고, 그렇게 운이 안 따르면서 슬럼프가 오기 마련이잖아요. 그걸 또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건데, 당시에는 슬럼프가 너무 길게 와서 제가 많이 힘들었죠. 작년에도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고요.”

-그럴 때는 어떻게 벗어나나요?

“그럴 때는 그냥 이것저것 다 해봐도 안 돼요. 특타를 쳐도 안 되고, 밤에 숙소 들어가서 스윙을 막 해봐도 안 되고. 그냥 모든 면에서 아무 것도 안 되면 마음을 비워요. 전광판에 타율 찍히는 것 자체를 아예 안 봐요. 무조건 투수만 보고, 공 날아오면 공 때리자, 그러는 거예요. 그렇게 하다 보면 어떻게 하나씩 치고, 두개씩 치고, 그러다 어느 순간 3할이 넘어가더라고요. 그러면 이때부터 다시 신경 쓰면서 유지하려고 애쓰고 하는 거죠.”

-삼성에서 14년을 꾸준히 활약했지만, 워낙 쟁쟁한 스타들이 많아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못 받았죠. 서운하진 않았나요?

“솔직히 그런 마음이 있었던 적도 있죠. 그런데 어쩌겠어요.(웃음) 양준혁 선배, 승엽이 형, 김한수 코치님, …. 레벨이 저보다 너무 높은 분들이었으니, 내가 인기를 얻겠다는 엄두도 못 냈어요. 남들이 ‘너도 인기 있다’고 해도 저는 그런 생각도 못 했어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 팬들이 꾸준히 잘해왔다는 점을 많이 인정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동안 열심히 해온 게 이제는 그래도 조금씩 빛을 보는 것 같네요.”

-워낙 가을(2013년 한국시리즈·2010년 플레이오프 MVP)에 강해서 더 인정받는 것 같아요. 노하우가 있나요?

“그냥 다른 팀 선수들보다 긴장을 좀 덜 하는 것 같아요. 한국시리즈니까 당연히 긴장은 되지만, 처음이나 몇 번 못 해본 사람들보다는 좀 덜 하겠죠.”

-삼성 선수들은 그 긴장감을 ‘즐긴다’고 하던데요?

“앗, 나는 긴장을 못 즐기겠던데.(웃음) 아마도 그건 가을에 야구가 더 재미있어지는 그런 부분을 얘기하는 것 같아요. 관중 꽉 차고, 긴장감 넘치고, 그렇게 시리즈를 계속 하다 보면 긴장감이 풀리고 재미로 전환이 되거든요. 그러다 보면 야구 하면서 웃을 수 있고. 그런 게 좋은 거 아닐까요.”

-남은 선수생활의 궁극적 목표는 뭔가요?

“야구 하는 동안은 가능하면 계속 주전으로 뛰고 싶어요. 그리고 기록을 하나쯤은 갈아 치우고 은퇴하는 게 목표예요. 16년 연속 100안타·100경기 기록(양준혁 보유)은 개인적으로 꼭 깨고 싶네요. 그리고 2000안타(20일 현재 통산 1835안타)도 하고 싶고요.”

-마지막으로, 박한이에게 삼성 라이온즈란?

“저란 사람을 만들어준 팀이죠. 좋은 감독님들을 만나서 제가 이만큼까지 올라올 수 있었고, 코치님들도 저를 많이 이끌어주셨고요. 야구선수 박한이를 있게 해준, 은인 같은 팀입니다.”

● 박한이는?

▲생년월일=1979년 1월 28일
▲출신교=초량초∼부산중∼부산고∼동국대
▲키·몸무게=182cm·91kg(좌투좌타)
▲프로 입단=2001년 삼성 입단, 1997년 신인드래프트 삼성 2차지명 6라운드(전체 44번)
▲2015년 연봉=4억5000만원
▲2015년 성적=타율 0.329(70타수 23안타) 2홈런 9타점 13득점(20일 현재)

대구|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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