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현장에 대한 예우 없는 우리카드…프로구단 맞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1일 05시 45분


사진|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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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업 입맛 따라 감독 선임 갈팡질팡
선수단 지원 미비·현장 홀대 개선없어

일부 선수들 휴가때 익스트림 스포츠
무책임한 위험 행동…가이드라인 필요

V리그 2014~2015시즌이 끝났다. 남녀 13개 구단은 새 시즌을 위한 준비단계에 들어갔다. 감독 선임 등 준비를 마치지 못한 우리카드와 도로공사는 출발이 늦어 애가 탄다. 문을 연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은 5월 10일 원소속구단과의 협상마감까지 조용히 움직인다. 휴가기간 동안 V리그 선수들의 위험한 행동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설정해야 할 듯하다.

●현장에 대한 예우가 전혀 없는 우리카드

그동안 이런저런 말이 많았던 우리카드가 감독 선임을 놓고 또 한 번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 속내를 파고들어보면 이 팀이 현장 책임자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한 눈에 보인다.

우리카드가 팀을 포기하려던 계획이 틀어진 뒤 먼저 서두른 일이 감독 선정이었다. 많은 후보자가 거론됐지만, 최종 후보자는 2명이었다. 양진웅 감독대행을 정식으로 선임하는 방안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방안이었다. 구단은 그동안 고생했던 양 감독대행을 좋아했고, 모기업은 새로운 젊은 사람을 원했다. 소문이 잘 퍼지기는 배구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았다.

양 감독대행도 소문을 들었다. 구단을 찾아가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여러 소문이 들리는데 가부를 확실하게 알려달라.” 구단은 “조만간 결정을 내겠다”며 기다리라고 했다. 그는 기다렸다. 그러던 차에 20일 성균관대 김상우 감독의 선정이 보도됐다. 양 감독대행은 20일 오전 구단에 전화를 걸어 보도의 진위 여부를 물었다. 구단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만 답했다. 우리카드 구단 관계자는 “위에서 관심이 많은 사안이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최종 낙점을 기다리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20일이 지나가도록 구단의 어느 누구도 이 사안을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매끄럽게 교통정리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2년간 힘든 상황에서 선수들을 달래가며 고생했고, 정식 사령탑이라는 자리만 바라보던 양 감독대행은 분노했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그동안 팀을 지켜온 사람에 대한 예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남자부 순위는 구단이 현장에 얼마나 많은 전권을 주고 예우하느냐의 순서대로 나왔다. 우리카드는 지난 2년간 선수단 지원도 프로라고 하기에는 너무 창피한 수준이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장을 결코 존중한 적도 없었다. 누가 최종 낙점을 받을지는 몰라도, 이런 프런트와 함께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기적일 듯하다. V리그의 몇몇 구단은 현장을 너무 막 대한다. 누구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하다.

●나는 휴가 기간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각 구단 선수들이 속속 휴가를 마치고 팀 훈련에 복귀하고 있다. 6개월 이상 합숙훈련을 하며 오랜 시즌을 소화한 선수들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2~3주간의 짧은 휴가에 들어간다. 선수들에게는 어떤 보상과도 바꾸기 힘든 휴가다. 요즘은 많은 선수들이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간다. 젊고 에너지 넘치는 선수들이 휴가기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는 비밀이 아니다. 사진, 영상 등 많은 자료들이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진다.

휴가 동안 즐겁게 쉬는 것이야 말릴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걱정스런 대목도 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몇몇 선수들의 행동이다. 이번 휴가 때 어느 여자선수는 터키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겼다. 높은 산에서 점프해 하늘을 나는 모습은 멋있었지만, 구단 입장에서 보자면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지난해 휴가 때 어느 여자선수는 호주에서 스카이다이빙도 했다. 이 선수는 “짜릿한 쾌감이 다른 어떤 것보다 좋았다”고 자랑삼아 말했다. 구단은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동안 아무런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만일 뜻밖의 사고가 생겼을 경우 팀에 미칠 영향과 손실은 상상이상으로 크다. 팀의 한 시즌을 망칠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 등에선 비시즌 동안 선수들이 익스트림 스포츠를 비롯한 위험한 레저생활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금지사항을 계약서에 일일이 명시한다. 구단의 허락 없이 위험한 행동을 했을 경우 책임 여부까지 확실히 해놓는다. 우리는 아직 이런 가이드라인조차 없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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