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드라큐라의 인간적 변신…마돈크, 편해졌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1일 05시 45분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천재 물리학자 프로페서V(김호영 분·왼쪽)와 영원한 삶,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드라큐라(이동하 분)의 시공간을 뛰어 넘은 관계를 그린 창작 뮤지컬이다. 사진제공|페이지원·알앤디웍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천재 물리학자 프로페서V(김호영 분·왼쪽)와 영원한 삶,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드라큐라(이동하 분)의 시공간을 뛰어 넘은 관계를 그린 창작 뮤지컬이다. 사진제공|페이지원·알앤디웍스
■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과장된 연기가 자연스러운
예쁜 오빠 김호영의 반전
귀에 착 감기는 심플한 멜로디
국내 창작뮤지컬의 걸작
마돈크여, 영원하라


안쪽 깊숙한 지점에서부터 서서히 회오리가 객석을 향해 밀려오는 무대. 거대한 뱀이 똬리를 푸는 것처럼 생겼다.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수많은 책들이 뱀의 몸을 이룬다. 이 책들은 천재 물리학자 프로페서V의 연구실 겸 실험실을 상징한다. 뱀의 이미지는 지혜, 지식과 맞닿는다. 또한 이 뱀은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이하 마돈크)의 중요한 소재인 시간여행을 암시한다. 몸뚱이의 중간 중간에 연도를 의미하는 수치가 새겨져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마돈크는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지난 두 번의 무대와는 사뭇 다른 작품이 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뱀파이어, 즉 드라큐라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넘실대는 안개 속에서 붉은 실루엣을 뿌리던 드라큐라는 사라졌다. 대신 보다 인간적인 드라큐라가 프로페서V와 관객을 유혹한다. 이 ‘신종’ 드라큐라는 전편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유머감각까지 지녔다. 이 덕분에 왠지 까칠하게 느껴졌던 작품이 한결 이해하기 편해졌다. 더 이상 마돈크를 ‘마니아적 뮤지컬’이라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반갑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신비감을 담요처럼 둘둘 두르고 있던, 유혹과 욕망의 덩어리인 드라큘라가 선사한 치명적인 매력은 다른 작품, 다른 캐릭터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었으니까.

프로페서V 역을 맡은 김호영은 마마 돈 크라이를 통해 ‘예쁜 오빠’의 이미지를 벗고 연기변신에 성공했다. 사진제공|페이지원·알앤디웍스
프로페서V 역을 맡은 김호영은 마마 돈 크라이를 통해 ‘예쁜 오빠’의 이미지를 벗고 연기변신에 성공했다. 사진제공|페이지원·알앤디웍스

● ‘예쁜 오빠’ 김호영의 변신… 국내 창작뮤지컬의 걸작품

프로페서V 역의 김호영이 제 물을 만난 작품이다. 프리실라, 라카지 등의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김호영 표’ 중성적 이미지를 확실하게 벗어던졌다. 김호영을 ‘예쁜 오빠’로만 알고 있던 관객이라면 상당한 반전처럼 느껴질 법도 하다.

김호영은 과장을 다변화된 연기로 전환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다. 그는 과장을 잘 하지만, 그의 연기가 과장으로 보이지 않는 비밀이 여기에 있다. 마치 마술처럼 순식간에 분위기를 전환시켜 가벼움을 털어내 버리는 것은 김호영만의 전매특허다. 이런 연기는 직접 눈으로 봐야 실감할 수 있다.

마돈크의 넘버들은 귀에 잘 감긴다. 작곡가 박정아의 솜씨다. 멜로디가 심플하면서도 친숙해 리프라이즈 때는 따라 부르고 싶어질 정도다.

유럽 어딘가에서 가져온 라이선스 작품처럼 느껴지지만 마돈크는 순수 국내 창작진에 의한 창작 뮤지컬이다. 초연과 재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완성도를 위해 과감한 변신과 도전을 선택한 창작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드라큘라의 피를 마셔 영겁의 생명을 얻고 싶은 마음은 농담으로라도 없지만, 이런 작품이라면 오래 오래 무대에서 만나고 싶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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