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워터소믈리에가 말하는 水 “좋은 물은 몸을 살린다”

  • 입력 2015년 4월 20일 1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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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생명 유지 수단이었던 물이 이제는 건강을 위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환경오염은 심각해지고 깨끗한 물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는 점점 커지고 있다.

워터소믈리에는 사람들의 물에 대한 궁금증과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2014년 워터소믈리에 국가대표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를 만나 물에 대한 궁금증과 워터소믈리에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EDITOR 곽은영 PHOTOGRAPHER 김현진 COOPERATION 카페리본(02-3394-7746) 참고문헌 <워터 interview 커뮤니케이션> 고재윤 저, 세경출판사


물에 대한 관심으로 등장한 ‘워터소믈리에’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워터소믈리에, 워터어드바이저, 워터스튜어드, 워터웨이터, 워터매니저 등의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다.

이러한 명칭은 나라마다 다르게 사용하는 것으로, 레스토랑에서는 소믈리에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지만, 워터바나 워터카페에서는 워터스튜어드나 워터어드바이저, 워터웨이터, 워터매니저 등의 단어를 더 자주 사용한다.

워터소믈리에가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워터어드바이저는 추천에 좀 더 집중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 워터소믈리에라고 하면 물 감별사라고 생각하는데, 원래 소믈리에는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과 차, 커피, 칵테일, 위스키, 물 등의 음료를 추천하고 관리하는 음료 매니저 역할을 한다.

워터소믈리에라는 개념은 2001년 미국 맨해튼 리츠칼튼 호텔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이탈리아에서 전문적인 교육에 의한 워터소믈리에를 양성하기 위해 2002년, 의사, 영양사, 지질학자, 화학자, 물 전문가들이 모여 ADAM(Associazione Degustatori Acque Minerali)을 창설하면서 최초의 워터소믈리에 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소믈리에였던 산에 아키가 ADAM 교육을 받고 2008년 JASA(Japan Aqua Sommelier Association)를 설립했다.

국내에서는 쉐라톤 워커힐 호텔의 이제훈 워터소믈리에가 국내 1호 워터소믈리에로 알려져 있으며, 2007년 삼성동에 국내 최초의 워터 카페인 ‘노 트랜스 워터 카페’가 개장하면서 워터소믈리에라는 개념이 알려졌다.

이후 백화점, 호텔 고급 레스토랑 및 카페 등에서 다양한 생수를 판매하며 워터바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체질과 식습관에 따라 달라지는 ‘나의 물’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물에 대한 인식에 따라 사람들을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물을 사 마시는 것을 낭비라고 생각해 ‘아직 사 먹지 않는 사람’, 물에 관심을 갖고 ‘이제 사 마시기 시작한 사람’, 물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이미 사 마시고 있는 사람’.

“우리나라는 생수 판매 역사가 짧다보니 물을 사 마시는 것에 대한 인식이 약해서 첫 번째 부류가 많아요. 그분들은 ‘물이 다 똑같지’라고 생각해요. 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생수 음용을 시작하는 분들은 ‘물이 다 다르다면서?’라며 각각의 물의 특성에 관심을 가져요. 좋은 물에 대해서 충분히 인식하고 생수를 사 마시는 분들은 ‘나에게 맞는 물이 있지’라며 자신의 체질과 식습관에 맞는 물을 주문해요. 요즘은 평소 채소를 많이 먹는다든가 소화가 잘 안 된다는 등 체질에 따른 ‘자신의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2014 워터소믈리에 국가대표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 김 워터소믈리에는 강남의 한 백화점 워터바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대회의 당락을 결정짓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제가 워터바에서 근무할 때 고객분들이 하루 평균 400명, 주말에는 1,000명까지 방문했어요. 고객들을 상대하다 보니 아는 것을 조리 있게 추천하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고객 중에는 그냥 물을 고르는 분들도 있었지만, 일일이 확인하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분들도 많았어요. 고객들과 얘기하는 과정에서 물의 핵심 특징, 가령 미네랄 함량이라든지, 역사, 수상경력 등 물 하나가 가진 스토리텔링을 숙지할 수 있었습니다.”

워터소믈리에가 되는 과정은 어렵지 않다. 소믈리에라는 기본 개념에 충실하게 레스토랑에서 손님이 주문한 음식과 어울리는 생수를 추천하고, 피드백을 받고, 음식과 생수의 조화를 서비스하면 된다.

하지만 훌륭한 워터소믈리에가 되기 위해서는 생수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생수는 물론, 최신 트렌드까지 꾸준히 공부하며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

“생수의 라벨을 읽기 위해선 간단한 영어, 불어, 이태리어를 알아야 해요. 그리고 생수뿐 아니라 음식, 와인 등 다른 음료, 건강, 서비스 등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워터소믈리에가 되기 위해 꼭 자격증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전문성을 갖기 위해 국내 워터소믈리에 자격증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주관하는 워터소믈리에 교육을 수강하거나,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가 주관하는 워터소믈리에 자격증을 준비하면 트렌드가 읽히고 전문지식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매년 9, 10월에 있는 국가대표 경기대회에 나가 다른 워터소믈리에들과 경쟁해보는 것도 자기계발의 좋은 방법이다.

미네랄 함량 적을수록 깨끗한 맛 나

물을 감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원수원에 따라서는 지하수, 용천수, 담수, 해양심층수, 빙하수 등으로 나뉘고, 물의 특징에 따라서는 탄산수, 광천수, 알칼리수 등으로 나뉜다. 또,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에 따라 경수와 연수로 나뉜다.

물에 이산화탄소를 함유하는 탄산수는 인공적으로 탄산을 함유한 인공탄산수와 수원지 근처에 있는 화산가스나 마그마에서 생성된 이산화탄소가 물에 용해된 천연탄산수로 나뉜다.

인공탄산수는 뚜껑을 열자마자 탄산이 요란하게 느껴지는 반면 5분도 안 돼 탄산이 빠져 잠잠해지고, 천연탄산수는 샴페인처럼 탄산의 기포가 조금씩 끊임없이 올라오는 것으로 탄산의 크기가 작아 마셨을 땐 입에 자극이 덜하지만 삼켰을 때 가슴에서 탄산이 벅차오르는 느낌이 있다.

해양심층수는 수심 200m 아래의 물로 햇빛을 받지 않아 수온이 일정하며 유기물이나 오염물질의 유입이 없고, 미네랄과 영양염류가 풍부한 물을 말한다. 마시고 나면 약간 바다의 비린내가 나는데, 김 워터소믈리에는 이를 “수분이 찬 이끼 냄새와 비슷하다”고 표현하며 “짠 느낌이 혀에 남는다”고 했다.

알칼리수는 pH14 중 pH7.3 이상인 물을 말하는데, 중성은 pH6.7~7.3, 약알칼리성은 pH7.3~7.8, 알칼리성은 pH7.8~10 정도이다. 약알칼리성에서는 약간 단맛이 나고, 알칼리성은 약간 쓴맛이 난다.

알칼리수는 마셨을 때는 깔끔하지만, 요리를 하거나 커피를 우릴 때 사용하면 그 맛을 떨어뜨린다.

광천수는 지질에서 미네랄을 자연스럽게 얻어 함유한 것을 말한다. 맛에는 큰 특징이 없지만 약간 비릿하면서 모래나 흙 향이 나고, 물의 질감이 무거우면 ‘미네랄 함량이 높은 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끔 수입 생수에서 이런 맛이 날 때가 있는데, 국내 생수는 미네랄 함량이 적으므로 대체로 순수하고 깨끗한 맛이 난다.

빙하수는 굉장히 깨끗한 물로 미네랄 함량이 적고 매우 가벼우며 청량감이 높다.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가끔 빙하수에서 먼지 느낌이 날 정도”라고 말한다.

시중에 화산암반수나 천연암반수로 알려져 있는 물은 지하수의 다른 말로, 생수 업체마다 마케팅적으로 선택한 언어가 다른 것이다.

포천음료주식회사의 김문호 마케팅 팀장은 “물이 깨끗하고 맛이 좋아 생수 업체가 집결되어 있는 포천에서 나는 지하수는 대표적인 천연암반수로, 경도 80의 연수로 다양한 천연 미네랄 성분이 함유돼 마시기 깔끔하고 부드러운 물맛을 낸다”고 말한다.

물의 경도는 물속에 녹아 들어가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의 농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물질들이 기준보다 많으면 경수(센물), 적으면 연수(단물)로 분류한다.

물은 각 원수원에 따라 맛을 느낄 수 있는 적정 온도가 있는데, 탄산이 없는 스틸 워터는 12℃ 정도, 탄산이 있는 물은 16~17℃ 정도가 가장 좋다. 보통 탄산수는 시원하게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온도가 낮아지면 탄산만 강하게 느껴지므로 물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탄산이 잠잠해지는 16~17℃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물을 추천할 때 던지는 질문들

1. 전에 어떤 물을 마셨나?
2. 어떤 스타일의 물을 찾나?
3. 평소 식습관은 어떤가?
4. 평소 물 섭취량은 어떠한가?

피부에 좋은 물을 추천받고 싶다는 기자의 말에 김 워터소믈리에는 실리카(silica)라는 이산화규산이 포함된 물을 추천했다. 실리카는 세포분열 시 세포를 더 잘 자라게 해주는데, 손톱은 딱딱하게, 머리카락은 윤택하게 자라게 도와준다.

또 용존산소함유량이 많은 산소수도 함께 추천받았다. 물병 라벨 뒤에 있는 주요함유량은 수원지에 따라 차이가 나므로 물을 사 먹을 땐 성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물과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

스테이크에 어울리는 와인과 생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이 다르듯, 물도 음식에 따라 궁합이 다르다. 본디 음식(飮食)은 마실 음(飮)자에 먹을 식(食)자를 써서 마시는 것과 먹는 것을 함께 일컫는 것이다. 좋은 물은 음식 맛을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물 소비의 95%가 집이 아닌 레스토랑에서 이뤄질 만큼 레스토랑에서의 물 소비가 많아요. 이탈리아의 ‘아쿠아 판나(Acqua Panna)’는 물만 마셨을 때보다 음식과 마셨을 때 오히려 빛을 발하고, 독일의 ‘젤터스(Selters)’는 와인과 마시면 와인 맛을 살려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처음 물과 음식의 궁합을 느꼈던 것이 야채 고로케에 독일의 ‘로스바허(Rosbacher)’를 마셨을 때인데, 고로케의 기름진 맛을 로스바허의 알싸한 탄산이 잡아줘 물을 마시면 입의 비릿함이 상쾌함으로 바뀌던 기억이 있습니다.”

보통 음식과 생수의 조화는 신토불이에 의거한다. 식사 시에는 그 지역의 물을 마시는 게 가장 좋은데, 우리나라 요리는 우리 땅에서 나는 물과, 유럽의 요리는 유럽에서 나는 물과 먹는 것이 좋다.

육류에는 탄산이 있고 미네랄 함량이 많은 경수가 어울리고, 채소류에는 미네랄 함량이 적은 연수가 어울린다.

약간의 탄산이 있는 물은 채소를 더욱 싱싱하게 느껴지게 한다. 해산물의 경우에는 중간 정도의 탄산함량을 가진 물이나 해양심층수가 좋다.

“상담 고객분 중에 건강상 A라는 물을 마셔야 하는데 B물만 고집하시는 분이 계셨어요. 그때 불현듯 깨달은 것이 이 분한테는 B가 제일 좋은 물인데, 내 판단을 강요해 A라는 물을 마시게 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오히려 건강에 더 좋지 않겠다는 것이었어요. 플라시보효과처럼 마시는 사람이 ‘이 물이 가장 좋은 물’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몸에도 더 좋은 역할을 해요.”

그래서 김 워터소믈리에는 많이 마셔보고 자신에게 잘 맞는 물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마시는 물이 내 최고의 물이라고 생각하고 마시면 긍정적인 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워터소믈리에 2세대로서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

“세계는 변화하고, 개발도상국은 계속 개발되고, 산업화로 환경오염이 계속되고 있어요. 제 바로 직전까지의 워터소믈리에 1세대가 ‘물을 사 마신다’는 행동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면, 저와 같은 2세대들은 ‘나만의 물을 고르는 방법’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해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에 대한 화학적 접근과 생체학적 접근은 많이 하지만 마시는 물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돼 있지 않거든요. 앞으로 사람들이 물에 대해 다방면으로 관심가질 수 있도록 공부하고 연구하고 싶습니다.”



좋은 물의 6가지 조건

1. 오염물질을 포함하지 않은 깨끗한 물
2. 약알칼리성 물
3. 미네랄을 충분히 용해하지만 지나치게 많지 않은 물
4. 용존산소함유량이 높은 물
5. 물 분자가 작은 물
6. 육각수 구조의 물




물, 제대로 알고 마시자

Q. 물 광고를 보면 아기와 임산부 등에게 필요한 성분은 따로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

A. 아기와 임산부에게 필요한 물은 보통 미네랄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들어있고, 물의 분자구조가 작은 약알칼리성의 물이다. 미네랄이 너무 많이 들어있는 물은 아기에게 설사를 유발한다. 좋은 베이비워터에 분유를 녹이면 끓이지 않아도 상온에서 모두 녹는다. 예전에 운동할 때, 베이비워터에 단백질 파우더를 섞어서 마시면 다 녹았다.

Q. 황사와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봄에는 특히 많은 물 섭취가 필요한데 어떤 물을 권하나.

A. 봄에는 너무 차지 않은 상태의 물을 조금씩 자주마시는 게 좋다. 몸이 건조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봄이라고 해서 다른 물을 선택할 필요는 없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체질에 맞게 물을 선택하면 된다.

Q. 수돗물을 끓여 먹는 집이 많은데 그렇게 먹어도 괜찮은가.

A. 수돗물에 대한 불신 원인은 낡은 파이프관에 있다. 물이 낡은 파이프관을 지나면 각종 중금속, 화학오염 물질들을 포함하게 되는데, 수돗물을 끓이면 그 안의 박테리아나 세균 등은 죽지만 중금속이나 화학오염물질은 걸러지지 않는다.

또, 물을 끓이는 과정에서 용존산소가 날아가는데, 물을 식히면 산소가 다시 들어오기 때문에 식힌 후 위에 뜬 물만 사용하는 게 좋다. 상수도에서 수돗물을 각 집으로 보낼 때 염소로 살균소독을 하는데, 이 염소에 들어있는 독성이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활성산소를 증가시킨다. 하지만 휘발성이 있어 물을 받아 공기 중에 약 30분 정도 놔두면 사라진다.

Q. 물에도 유통기한이 있나.

A. 물의 유통기한은 병입되기 전에는 없지만 병입되면서 생긴다. 와인처럼 물에도 빈티지가 있는데, 슬로베니아에 8,000년 된 지하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긴 게 몇 십 년 정도이다.

생산한 날에 따라 미네랄 함량이 다른 물도 있는데, 2015년 1월에 취수한 물과 2014년 9월에 취수한 물의 미네랄 함량이 다르다. 또 한 브랜드에서 나오는 물이라 하더라도 수원지가 네 군데인 곳이 있어 부산에서 마시는 물과 서울에서 마시는 물이 다르다.

반대로 한 수원지에서 16개 브랜드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회사가 다르고, 병 디자인, 유통구조가 다를 뿐이다.

TIP. 수돗물을 이용해 밥을 짓고 난 뒤 오래되면 누렇게 변하는 것도 염소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밥 짓기 전 30분 정도 쌀을 불리면 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염소가 날아간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 취재 곽은영 기자(kss@egihu.com), 촬영 김현진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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