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영화와 드라마 속 놀라운 희귀병

  • 입력 2015년 4월 20일 11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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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태양의 노래>에는 해가 진 밤에만 집 밖으로 나와 광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녀는 햇볕을 쬐면 위험해지는 ‘색소성 건피증’이란 병을 앓고 있어서 낮에는 돌아다닐 수 없다.

이렇듯 평범한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해본 고통을 겪는 희귀병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특수한 증상들이 종종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에 희귀병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살펴봤다.

에디터 임종현


<언브레이커블>

사무엘 L.잭슨이 연기한 엘리야 프라이스는 살짝 넘어지기만 해도 뼈가 부러지는 허약체질이다. 이 때문에 평생의 1/3을 병원에서 살았다. 그는 본인의 연약한 몸 때문에, 유독 더 히어로만화에 심취해 살아간다.

이러한 엘리야 프라이스가 앓은 병이 ‘골형성부전증’인데, 이 병은 영화의 반전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 중에는 엄지공주 윤선아 씨가 있는데, 그녀는 방송에서 “전화벨 소리와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에도 충격이 전해져 뼈가 부러지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골형성부전증’이란?

선천적인 결함으로 뼈가 쉽게 부러지는 특징을 가진 질환이다. 그 외에도 치아의 이상이나 청력상실, 청색공막, 척추측만증 등의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골형성부전증이 있는 경우, 충격을 피하는 등의 방법으로 뼈가 최대한 부러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속막대를 삽입하는 수술로 골절이나 뼈의 기형을 예방하기도 한다. 또 골다공증 치료제로 개발된 일부 약물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두근두근 내 인생>

아름은 실제 16살이지만 남들보다 빨리 늙는 선천성 조로증인 탓에 신체 나이와 외모는 여든 살인 소년이다. 철없지만 마음은 순수한 부모인 대수와 미라는 아름과 씩씩하고 밝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고, 하루하루 늙어가는 것이 전부였던 아름에게 두근거리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조로증’이란?

몸이 작고 치모(恥毛)가 없으며, 피부에는 주름과 흰털이 많아서 외관이나 행동이 노인 같아 보인다. 조로증은 선천적인 내분비계, 특히 부신피질·뇌하수체전엽의 발육부전이 주된 발생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로증이 노화를 촉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일부 연구자들에 의하면 정상적인 노화과정이 신체 내에서 계속되는 화학적 대사 과정에 의해 복합적으로 세포가 손상되어 발생한다고만 전해진다.

환자 부모의 경우 보인자(숨겨져 있어서 나타나지 않는 유전 형질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나 생물)도 아니고,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조로증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기 바로 전에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겨서 발생한다고 여겨지고 있다. 그러므로 가족 중 이 질환을 가진 아이가 있다 하더라도 그들 부모가 이 질환을 가진 다른 아이를 낳을 확률은 다른 정상 성인과 같다.


<태양의 노래>

카오루 아마네는 태양 빛을 볼 수 없는 색소성건피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친구들과 학교에 가는 간단한 즐거움조차 누릴 수 없는 그녀의 유일한 일과는 해가 지면 기타를 들고 아무도 없는 역 앞 광장에서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그녀는 모두가 잠자리에 드는 동틀 무렵에, 친구들과 함께 정류장에 모여 서핑을 가는 코지를 창문 너머로 보며 관심을 가지게 된다. 태양 아래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두 사람이지만, 운명은 두 사람을 끌어당긴다.

‘색소성건피증’이란?

색소성건피증은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는 드문 피부 질환으로, 손상을 받은 DNA를 재생하는 효소인 DNA 엔도뉴클레아제(DNA endonuclease)가 없으므로 생긴다고 알려졌다. 햇빛을 받으면 자외선이 피부의 DNA를 망가뜨리는데, DNA 엔도뉴클레아제가 없으면 DNA를 재생할 수 없으므로 햇빛을 받은 부위에 여러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색소성건피증의 증상은 다양하다. 처음에는 열성홍반, 인설(피부에서 얇은 비늘모양의 껍질이 일어나 떨어지는 것)이 나타나는데, 이 증상은 얼굴에서 시작해서 목, 다리, 몸통으로 점점 번지기도 한다. 색소성건피증은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포성 과민 반응 검사를 통하여 진단할 수 있고 뇌파검사, 유전학적 상담, 피부조직검사도 진단에 도움을 준다.


<신의 퀴즈 시즌4> 1화 ‘붉은 눈물’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신의 퀴즈 시즌4>의 ‘붉은 눈물’편엔 배우 조재현의 딸 조혜정이 피눈물을 흘리는 희귀병인 ‘헤모라크리아’ 환자로 등장한다.

장애인을 납치해 감금하고 강제노역까지 시키는 범인을 쫓던 수사팀은 범인에게 납치된 소녀의 아버지를 만난다. 소녀는 붉은색 눈물을 흘리는 희귀병인 헤모라크리아 환자로, 피해자의 아버지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자신의 딸을 찾아 달라 수사팀에 애원한다. 본편의 부제가 ‘붉은 눈물’인 이유는, 괴짜 천재의사 한진우의 내레이션을 통해 정확히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모르는 이유 중에 하나는 눈물이 투명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이 모두 붉은 눈물을 흘린다면 서로가 서로의 고 통을 좀 더 쉽게 알 수 있을 텐데. 그리고 그 눈물을 닦아주며 내 손에도 그 사람의 아픔이 묻어날 텐데 말이다. 하지만 신이 눈물을 투명하게 만든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눈물은 고통의 부산물이 아니라 치유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픔과 그리움을 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헤모라크리아’란?

발생 빈도가 매우 낮은 희귀병으로 붉은 눈물을 흘리는 것이 특징인데, 이 병은 정확한 원인과 치료법이 알려져 있지 않다. 칠레, 인도 러크나우, 인도 파트나, 미국 테네시 등에서 환자들이 발견된 바 있다. 헤모라크리아를 앓고 있는 인도의 한 여성은 ‘하나님의 기적’이라 불리며 지역주민들에게 숭배받고 있다 한다.


<첫키스만 50번째>

드류 베리모어가 연기한 루시 휘트모어는 예쁜 얼굴에 화사한 미소를 가진 매력적인 여성이다. 헨리 로스 역으로 나오는 아담 샌들러는 노련한 작업 솜씨를 발휘하여, 겨우 그녀와의 데이트 약속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막상 데이트 날이 되자 루시는 반갑게 다가오는 헨리를 오히려 파렴치한으로 몬다. 알고 보니 루시는 1년 전 교통사고 이후 사고 당일로 기억이 멈춰버린 단기기억상실증 환자였다.

‘기억상실증’이란?

과거 경험의 일부 또는 전부를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다만 가끔 기억을 잘 해내지 못하는 것은 기억상실로 보지 않는다. 퇴행성 기억상실증은 특정 시간 이전에 일어난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이며, 반퇴행성 기억상실증은 특정 시간 이후에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기억이 어려운 증세로 보통 기억상실이 시작된 이후를 말한다.


<괜찮아 사랑이야>

배우 이광수가 연기한 박수광은 틱장애가 있지만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청년으로 나온다. 그의 투렛 증후군은 7살 때 처음 발병되었다. 총 16부작으로 만들어진 이 드라마는, 작은 외상에는 병적으로 집착하며 호들갑을 떨지만, 마음의 병은 짊어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사랑을 되짚어보는 이야기다.

이광수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어렸을 때 눈을 깜빡이고 입을 많이 움직이는 틱이 있었다. 부모님께서도 많이 걱정하셨다. 그래서 박수광 역에 더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틱장애’란?

틱은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나 목, 어깨, 몸통 등의 신체 일부분을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뜻한다. 전자를 운동 틱(근육 틱), 후자를 음성 틱이라고 하는데, 이 두 가지의 틱 증상이 모두 나타나면서 전체 유병 기간이 1년을 넘는 것을 뚜렛병(Tourette’s Disorder)이라고 한다.

현재까지는 임상적으로 문제가 되는 중등도 이상의 틱 장애 치료에는 약물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걸로 알려져 있다. 예후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로렌조 오일>

<로렌조 오일>은 ALD(부신백실이영양증)에 걸린 아들을 고치기 위한 부모의 눈물겨운 투쟁을 그린 영화다. ALD는 신체의 미엘린(자극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는 신경계에 있어 매우 필수적인 구조) 파괴로 신경중추들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언어장애와 전신마비를 일으켜 결국은 죽음으로 치닫게 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병세가 하루하루 악화되는 아들을 지켜보면서 절망과 무력감에 빠진 오돈부부는 병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는 병원에 대한 불신감에 직접 치료법을 찾기로 결심한다. 본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더욱 애절하게 다가온다.

부신백실이영양증이란?

성염색체인 X염색체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병으로 몸 안의 ‘긴사슬 지방산(VLCFA: very long chain fatty acid)’이 분해되지 않고 뇌에 들어가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희귀질환이다.

10세 이하의 남아에게서 주로 발생하는데, 이때 발병하는 ‘소아형 ALD’는 첫 증세가 나타난 지 6개월 만에 시력과 청력을 잃고 2년 내 식물인간이 된 후 결국 사망에 이른다. 1932년에 처음 발견된 이후 유전병이라는 사실만 밝혀졌을 뿐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영화 <로렌조 오일>의 실존인물인 미카엘라 오도네가 찾아낸 치료물질 ‘로렌조 오일(Lorenzo's oil)’은 VLCFA의 생성을 억제해주긴 하지만 신경세포의 파괴까지는 막지 못한다.


<다빈치 코드>

폴 베타니가 연기한 사일러스는 백색증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다. 그는 유년시절 아버지로부터 심각한 폭력과 학대를 받는다. 결국,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이게 되고, 거리를 방황하다 아랑가로사 주교에게 구원을 받아 그의 충복이 된다.

신의 이름을 걸고 살인을 행하는 사일러스는 그 기괴하고 섬뜩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깊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기도 하다.

백색증이란?

멜라닌 세포에서 멜라닌 합성이 결핍되는 선천성 유전질환으로, 피부, 털, 눈에서 모두 증상이 나타나는 ‘눈 피부 백색증’과 눈에서만 증상이 나타나는 ‘눈 백색증’으로 나눈다. ‘눈 피부 백색증’은 이상이 있는 유전자 자리에 따라 1형에서 4형으로 분류되며 혈액학적 또는 면역학적 이상을 동반하는 특정 증후군들도 ‘눈 피부 백색증’을 동반할 수 있다.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으며 피부암의 조기 발견을 위하여 정기적인 피부과 검진이 필요하고 안과 검진 또한 필수적이다.


<4인용 식탁>

아무데서나 갑작스럽게 잠에 빠지는 기면증을 앓고 있는 정연(전지현 분)은 남편과 떨어져 살고 있다. 그녀의 기력 없는 얼굴은 화장기 하나 없이 창백해 보이고 목소리는 쉰 듯하다. 그런 그녀는 다른 사람의 과거를 보는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를 통해 억압된 상처들을 다시 떠올린 이들은 감당할 수 없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올해 초 카자흐스탄의 카라치 마을에서는 기면증과 유사한 ‘졸음병’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어 당국이 비상에 걸리기도 했다. 졸음병에 걸리면 신체 마비, 방향 감각 상실, 기억 상실 등이 동반되며 심할 경우 환각증세를 보이고 한번 잠들면 이틀 이상 깨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기면증이 다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기면증이란?

춘곤증과 기면증의 구별이 쉽지 않을 수 있는데, 기면증은 ‘슬립 어택(sleep attack)’이라고 부르는 기습적이고 강력하게 찾아오는 잠이 특징이다. 길을 걷거나 타인과 이야기를 하거나 운동 중에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잠에 빠져든다. 이 증상은 갑작스럽게 온몸 근육의 힘이 빠지면서 쓰러지는 탄력발작 증상과 함께 일어난다. 주로 웃거나 화를 낼 때 혹은 스트레스가 심할 때 일어나며 수 초에서 수 분 동안 증상이 지속된다.

더불어 잠에 들거나 깰 때 환각증상이 나타나거나, 의식은 있는데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수면마비가 나타나기도 한다. <4인용 식탁>에서 정연은 기면증을 “이렇게 꼭 졸도하듯이 쓰러지는 거래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 잠들어 버리는 건 아니에요. 정신은 말짱한데 몸이 그렇게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있어요”라고 설명한다.

아직까지 기면증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졸중, 뇌종양, 사고로 인한 두부외상 등으로 뇌에 이상이 생겼거나 자가면역질환자에게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8만여 명 정도의 기면증 환자가 있는 것으로 정도로 추산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5월부터 기면증을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기면증 환자의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완치는 아직까지 불가능하지만, 모다피닐 또는 퇴행 성질환과 뇌혈관질환에 효과적인 카닐틸 성분의 약 복용으로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까지 증상이 호전된다. 또 유전자를 치료하거나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약을 계속 연구·개발 중이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취재 임종현 기자(kss@egih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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