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총리 해임안, 23일 본회의 보고-24일 표결’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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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긴박한 정치권]해임건의안 제출 수순 돌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30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이완구 국무총리의 자진 사퇴를 압박해온 새정치민주연합이 결국 ‘총리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내들기로 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23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해임건의안을 보고한 뒤 24일 표결에 부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하는 27일 이후 해임건의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이어서 여야 간 갈등이 예상된다.

○ 野, 해임건의안 추진 본격화


지난 주말을 이 총리의 자진 사퇴 시한으로 못 박았던 새정치연합은 이 총리가 ‘사퇴 불가’ 방침을 밝히자 해임건의안 제출 수순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표는 19일 “중요한 국정 목표가 부패 척결인데, ‘피의자 총리’로서 부패 척결을 진두지휘할 수 없다”며 “다음 주초부터 해임건의안 제출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20일 최고위원회에서 해임건의안 제출 일정을 정한 뒤 21일 의원총회에서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새정치연합은 해임건의안 카드로 잃을 게 없다고 보고 있다. 문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여당이 (해임건의안 발의를 위한) 본회의 개최에 합의하지 않거나, 표결에서 부결시킨다면 비리 의혹에 연루된 이 총리를 비호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임건의안 가결을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새정치연합(129석·구속 수감 중인 김재윤 의원 제외)에 정의당(5석)을 합해도 재적의원 과반(148석)에 14석이 모자란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여당에서 찬성표가 나와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면 대통령과 총리의 입지는 사실상 없게 되고, 부결되더라도 새누리당이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 총리가 각종 의혹에 잦은 말 바꾸기로 부정적 여론이 높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 해임건의안 타이밍 놓고 고심 중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낸다는 방침은 명확하지만 문제는 타이밍이다. 4·29 재·보궐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야당 내부에서는 해임건의안 발의 ‘D-데이’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해임건의안은 발의 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보고되고, 보고 시점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투표에 부쳐지지 않으면 폐기된다. 일단 문 대표 측은 ‘23일 본회의 보고 후 24일 표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최고위원은 “24일 표결은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할 때까지 지켜보자’며 분명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해임건의안 카드를 너무 빨리 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만약 여당이 끝까지 반대해 표결에 부쳐지지 않으면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해임건의안은 4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처리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이에 따라 야당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27일 해임건의안을 보고하자”는 주장도 있다. 당초 우윤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27일 본회의 보고를 검토했지만, 문 대표 측이 “대통령 귀국과 상관없이 해임건의안을 처리하자”며 속도를 높이자는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해임건의안에 속내 복잡한 與

새누리당은 야당이 이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이 총리의 사퇴 수순을 기정사실화하고는 있지만 박 대통령이 귀국하기 전에 해임건의안을 논의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여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국정 2인자인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덜컥 수용하기도 부담스럽지만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진 이 총리를 무작정 감싸기도 곤란한 탓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새정치연합이 이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낸다면 바로 의원총회를 소집해 당내 의원들의 의견부터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이 해임건의안에 부담을 느끼는 건 익명 투표로 진행되는 표결 시 부결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임건의안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이 총리를 비호한다’는 국민의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 문제가 여당에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인 이유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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