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의학史, 사진 3500장에 오롯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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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화보집 발간 주역…김상태 의학역사문화원 교수

김상태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 교수는 서울대병원 역사화보집인 ‘꿈, 일상, 추억-서울대병원 130년을 담다’가 “의료계와 역사학계의 의료사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김상태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 교수는 서울대병원 역사화보집인 ‘꿈, 일상, 추억-서울대병원 130년을 담다’가 “의료계와 역사학계의 의료사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130년의 서울대병원 역사가 곧 우리나라 의학의 역사라는 생각으로 관련 사진 25만 장을 일일이 분석해 책을 만들었습니다.”

2년 반의 준비 기간, 25만 장 가운데 엄선한 3500장의 사진이 900여 쪽에 걸쳐 실린 서울대병원 역사화보집 ‘꿈, 일상, 추억-서울대병원 130년을 담다’(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가 최근 발간됐다. 국내 첫 의학 근대사 화보집이다. 화보집이 나오기까지는 휴일을 반납하고 사진 고증 및 선별, 디자인과 원고 집필 등을 도맡았던 김상태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 교수(49)의 역할이 컸다.

한국 근현대사 전공인 그는 국내에선 드물게 서울대병원에서 10년이 넘게 의학사를 연구하고 있다. 김 박사는 “한국 근현대 의료사를 공부하면서 한국 역사에서 의학이 대단히 중요한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의학사의 한가운데 있었던 서울대병원과 인연을 맺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화보집을 만들기 위해 수집된 사진들의 상당수는 출처가 없어 고증이 힘들었다”면서 “일일이 원로 교수 및 교직원 분들을 만나고 병원보, 회고록 등 문헌자료를 찾았으며 사진 곳곳을 확대하거나 유사한 사진들과 대조하는 등 하나하나 퍼즐 맞추듯 고증했다”고 전했다.

화보집엔 중요한 사료도 많다. 특히 1905년에 발급된 의학교(지금의 서울대 의대)의 학년 진급증서 사진도 찾아내 처음 공개했다. 당시엔 의대생들이 한 학년 올라가는 것도 진급증서를 받을 정도로 의대 졸업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 고종이 세운 국립병원인 제중원 사진과 제중원에서 일했던 의료 선교사들이 쓴 각종 일기와 편지도 담겨 있다. 1916년 당시 의료진들이 아무런 보호복도 없이 환자와 함께 X선 사진을 찍는 모습도 실려 있다. 훗날 백병원을 설립한 백인제 경성의학전문학교 외과 주임교수의 근무 사진도 눈에 띈다.

김 교수는 “대부분 병원도 홍보용으로 화보집을 만들지만 병원 130년 역사를 사진 중심으로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화보집 제목에서 느낄 수 있지만 병원에서 치료 받는 환자와 의사들의 일상사를 많이 넣어 보는 사람 모두가 소통 및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한국의 의료계나 역사학계에서 의료사에 대한 관심은 절대 부족한 편. 제대로 된 조사나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역사학자 시선에서 의학교육, 진료, 의료정책 및 시스템 등의 변화와 의의를 더 연구해 보고 싶다”는 것이 김 교수의 계획이다.

이번에 나온 화보집은 서울대병원, 공공기관, 각 대학 도서관 및 공공도서관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서울대병원 화보집#김상태#의학역사문화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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